국가채무비율, OECD 국가 중 ‘낮은 수준’
일본(214.6%)이나 미국(99.2%)보다 현저히 낮아
경기 부양 위해서도 채무비율 일시적으로 높일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국은)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단언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일단 이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기준 37.1%다. 정부의 내년도 ‘슈퍼 예산안(513조5000억원 규모)’이 조정 없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 편성된다고 가정했을 때 국가채무비율은 39.8%다. 올해 대비 2.8% 포인트 올라간다. 비유하자면 연봉이 1억원인 직장인의 대출액이 올해 3710만원에서 3980만원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빚 자체가 늘어난다는 점에선 우려를 표시할 수 있다. 적든 많든 빚은 빚이다. 다만 이는 한국만 놓고 봤을 때 얘기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튼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과 견줘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하위권에 속한다.

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214.6%(2018년 기준)나 된다. 한국의 5배를 웃돈다. 미국은 2018년 기준 99.2%다.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낮은 OECD 회원국은 멕시코(35.3%) 스위스(31.9%) 터키(29.0%) 정도다. 내년에 국가채무비율이 39.8%로 오른다고 해도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는 변함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권장하는 국가채무비율 수준(40.0~60.0%)이나 세계은행(WB) 권장비율 77%에 못 미친다.

한국과 달리 다른 선진국이 높은 국가채무비율을 유지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미국은 기축 통화국이다. 국가채무비율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돈을 찍어 채울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채 대부분을 국내 은행이 보유한다. 국민이 돌려 달라고 하지 않는 한 빚이 많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구조다.

이와 달리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외부 투자자나 해외 금융회사 등이 한국 경제를 나쁘게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실물경제 악영향을 준다. 한국이 국가채무비율을 국제기구 권고 수준으로 높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경기 침체 국면에서 재정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 증가는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경제는 현재 뼈대를 이루는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2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에 그쳤다. 제조업 성장률이 1%를 밑돌기는 2015년 2분기(0.2%)이후 4년 만이다.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수출도 휘청거린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고용 지표도 덩달아 부진하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6만8000명)을 시작으로 지난달(-11만1000명)까지 18개월 연속 줄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까지 얼어붙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2.0% 늘어나는데 그쳤다. 재정지출을 늘려 단기적으로라도 경기 부양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재정 확대가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을 덧붙인다. 씀씀이를 계속 늘려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 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지출이 계속 늘어난다. 세입 증대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향후 지출 규모를 줄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계획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전슬기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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