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적고 직급이 낮을수록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괴롭힘 금지법)’ 효과를 덜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관리자와 달리 30대 평사원들은 폭력적인 사내 문화가 많이 줄지 않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는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지난 14~18일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2%가 ‘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고 22일 밝혔다. 48.7%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했고 12.1%는 ‘전혀 변치 않았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7월 16일 시행된 괴롭힘 금지법이 어느 정도는 유효했지만 한계도 분명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23일 괴롭힘 금지법 시행 100일을 맞아 설문조사를 했다.

나이와 직급에 따라 괴롭힘 금지법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괴롭힘이 줄었다고 답한 이들 중에는 50-55세(50%), 상위 관리자급(53.6%)의 비중이 높았다. 회사 내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30대와 일반 사원급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답변이 각각 67.2%, 63%였다. 50대 고위직의 절반 이상은 갑질이 줄었다고 인식하지만, 30대 평사원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미투 운동과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50대 관리직 사이에서 언행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실무를 하는 30대 사원이 느끼기에는 한참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장 내 갑질을 유형별로 점수화 했을 때 ‘시간 외 수당을 못 받았다’는 부분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휴게시설이 없거나 연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분위기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욕을 주는 언행이나 성희롱 등은 지난해 같은 조사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괴롭힘 정도인 ‘갑질 지수’는 사업장마다 차이가 컸다. 괴롭힘 금지법에 기민하게 대응한 공공기관(26점)에 비해 민간 중소·영세기업(31.4점)이 훨씬 높았다. 갑질 예방 교육과 고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중소기업과 영세 개인사업장의 경우 관련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각각 77.8%, 89.9%였다.

괴롭힘 금지법의 미비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해자 처벌 조항을 넣어야 한다(79.2%)’,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돼야 한다(86.6%)’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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