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정 교수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했다. 당초 10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른 재판으로 다소 늦어졌다. 송 부장판사는 오후 1시10분쯤 휴정을 했다. 점심식사 때문이다. 정 교수 측은 대기실에서 배달 온 김밥과 음료수 등을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는 오후 2시10분쯤 재개됐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처음 포토라인에 섰는데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지난 8월 27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지 57일 만이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24일 새벽 결정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21일 정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 등 11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심사를 맡은 송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지난 2월 처음 영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그는 “증거인멸이나 은닉 과정, 김 대표 직책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 교사 공동 정범 성립 여부에 다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 주거나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검찰은 강력 반발했고 지난 7월 영장을 재청구 했으나 그마저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다만 지난 10일 ‘버닝썬 경찰총장’ 윤모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그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 영장심사에서는 범죄 혐의 소명, 중대성과 함께 그의 건강 문제가 쟁점이 됐다. 정 교수 측에서는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한 김칠준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 등 6명이 방어에 나섰다. 검찰도 반부패수사2부를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검사를 대거 심문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의사 면허를 보유한 검사가 정 교수의 뇌종양 등 진단 내용을 검토했고, 구속 수사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사례를 보면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제공한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는 유방암 투병 중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적이 있다. 양측은 영장심사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10월14일 과천=최현규기자 > 사의를 밝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4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정 교수 측은 전날 저녁 심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당초 정 교수가 법원 포토라인을 피하기 위해 심사에 불출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직접 나와 방어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서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며 언론의 관심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달 3일부터 17일 사이 모두 7차례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번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꺼낸 것은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조사를 벌일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 교수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는 ‘양날의 검’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는 정당성을 얻고 탄력을 받겠지만 기각될 경우 여론이 악화되는 등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검찰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를 시켜 하드디스크 등 증거인멸을 한 것이 영장 발부에 고려될 것이라고 본다. 범죄의 중대성도 작지 않다. 다만 조 전 장관의 동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처럼 법원의 판단이 검찰과는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동성 박은주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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