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굴 벽면에서 물 줄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그 왼편으로 적갈색의 점토질 고토양층이 관찰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용천동굴 벽면에서 물 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집중 강우 때마다 내부에 물이 가득 들어차 관람이 중단돼 온 제주 만장굴과 용천동굴의 빗물 유입 원인이 처음 확인됐다. 조사결과 두 동굴의 독특한 빗물 유입 현상은 지하 용암층 사이의 불투수성 점토질의 고토양층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만장굴과 용천동굴의 빗물 유출 현상을 조사한 결과 제주도 지하의 독특한 빗물 흐름 특성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만장굴(사진 왼쪽)과 용천동굴의 벽면 유출수 구간이 표기돼 있다. 만장굴의 경우 동굴의 동쪽, 용천동굴은 동·남쪽 벽면 구간에서 유입이 확인됐다. 구간의 폭은 40~290m 가량이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제공

조사는 지난 9~10월 제주지역에 큰비를 뿌렸던 제17호 태풍 타파와 18호 태풍 미탁 통과 직후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가 수행했다. 한해 80만명 내외의 관광객이 찾는 만장굴은 집중강우 때마다 동굴 내부에 물이 차올라 관람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왔다.

현장 조사에서 동굴로 유입되는 빗물은 동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천정 낙하수와 동굴 벽면으로 흘러드는 벽면 유출수로 구분됐다. 천정 낙하수와 벽면 유출수 모두 집중강우 후 유입됐다 이틀 정도 지나면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미뤄 강우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현상은 벽면 유출수가 동굴의 특정 구간에서 한쪽 벽면에서만 대량으로 유입된다는 사실이었다. 만장굴의 경우 동굴의 동쪽 벽면, 용천동굴은 동남쪽 벽면 구간에서 유입이 확인됐다. 구간의 폭은 40~290m 정도였다.

조사 결과 원인은 용암층 내 점토질로 이뤄진 고(古)토양층 때문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이 동굴 주변 시추 코어 자료를 분석해 지하의 고토양층 분포 특성을 파악한 결과, 만장굴과 용천동굴 모두 동굴 벽면 지하 8~11m 깊이에서 붉은색의 점토질이 관찰됐다. 점토질의 고토양층은 불투수성이라 빗물이 통과하기 어렵다. 따라서 땅으로 스며든 비는 용암층 틈새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다 불투수성 점토질을 만나면서 아래로 가지 못하고 그 위를 하천처럼 흐르다 점토질이 약한 동굴의 틈새를 통해 동굴 내부로 유입되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한라산연구부 안웅산 박사(지질학)는 “이번 조사를 통해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자체의 화산지질학적 가치와 함께, 지하로 흘러드는 빗물의 흐름 특징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수문지질학적 가치도 가지고 있음을 새롭게 알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빗물의 유입량, 흐름 속도, 패턴 등 정량적 연구에 집중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만장굴(제주시 구좌읍, 천연기념물 제98호)은 제주도 사투리로 ‘아주 깊다’는 뜻의 ‘만쟁이거머리굴’로 불려왔다. 총 길이는 8㎞ 내외로 세계에서도 긴 동굴로 꼽힌다. 만장굴은 거문오름이 분화할 때 용암이 해안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하나다. 현재 용암동굴계 대부분은 붕괴 위험과 자연 보호를 위해 일반인 접근이 제한돼 있으나 만장굴은 입구에서 오름 방향으로 1㎞ 내외까지 관람이 허용돼 있다. 만장굴을 포함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 제주에는 170여개의 천연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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