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토지문화재단 제공

매년 가을 ‘노벨문학상 시즌’이 다가오면 언제나 언급되는 작가가 있다. 알바니아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83)다. 그런데 올해에도 그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주인공은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77). 그의 문학적 업적이야 이미 유명하지만, 문제는 한트케의 이력이었다. 과거 그는 ‘발칸의 도살자’로 악명 높았던 세르비아 지도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1941~2006)를 지지한 적이 있어 구설에 오르곤 했다.

그렇다면 카다레는 올해 노벨문학상 선정 결과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한트케와는 인간적인 친분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작품과 작가의 정치적 성향을 결부시켜선 안 된다. 하지만 작가로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법이다. 한트케의 노벨상 수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견해에 나 역시 동의한다. 우리는 그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

카다레의 이런 견해를 들을 수 있었던 자리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였다. 간담회는 카다레가 제9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그는 “한국은 먼 곳에 있는 국가처럼 여겨졌는데, 그런 나라에 와서 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알바니아에서 한국 문학의 위상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박경리 작가의 명성도 알고 있다. 아직 그의 작품을 읽진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카다레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일급의 작가다. “그의 조국 알바니아보다 유명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카다레는 1953년 시집 ‘서정시’를 출간하며 시인으로 데뷔했고, 63년에는 첫 장편소설 ‘죽은 군대의 장군’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신화나 전설을 변주하고 풍자와 해학을 가미해 독재정권에 휘둘린 조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그려냈다. 카다레는 “알바니아를 비롯해 공산주의 국가에서 작품 활동을 한 많은 작가가 이런 방식으로 글을 썼다”며 “문제는 가공으로 만들어낸 이런 이야기도 탄압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카다레는 명성만큼이나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2005년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왕자상(문학 부문)을 받았다. 2016년에는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최고 훈장을 수훈했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올해 수상자로 카다레를 선정했다. 상금은 1억원이며 시상식은 오는 26일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린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