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돼지고기 값이 폭등하고 품귀현상이 빚어지자 개고기와 토끼고기도 대체 육류로 떠오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장시성의 시골인 완안 지역의 작은 식당은 별도 음식 메뉴가 없고 진열대에 있는 야채나 생선, 고기를 골라 주방에 가져다 주면 요리를 해주는 식인데 중국의 가장 보편적인 육류인 돼지고기는 없었다. 돼지열병으로 중국 전역에서 1억마리 이상의 돼지가 살처분되면서 가격이 치솟고 구하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음식점 종업원은 돼지고기 대신 손님들에게 “고기를 먹고 싶으면 개고기를 선택하는 게 어떠냐”고 추천했다. 돼지고기를 대체하는 육류로 개고기와 토끼고기 등 최근까지 관심이 시들했던 전통 육류가 다시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모두 개고기를 먹는 건 아니지만 동북지역과 남부 광시장족자치구 등에서 전통적으로 개고기를 즐겨왔다. 중국 남부 광시좡족 자치구 위린 시에서는 매년 여름에 지역 전통 행사로 ‘개고기 축제’가 열린다. 위린 시의 개고기 축제에서는 매년 1만여 마리의 개가 도축돼 판매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도살과 유통은 비인간적이고 잔인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하며 매년 축제 취소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개고기 축제는 지역의 인기 있는 풍속 중 하나일 뿐”이라며 “끔찍한 개 도살 과정을 비판하지만 어느 동물을 죽일 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개고기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것은 ASF의 확산으로 돼지고기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중국 당국에 따르면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전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내 돼지 사육두수는 9월말 현재 41.1%로 감소했다. 서방에서는 중국에서 ASF 여파로 1억5000만~2억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9월 전국 돼지고기 평균 가격이 1년 전보다 69% 올랐다고 밝혔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은 올 들어 9월까지 132만t으로 43.6% 증가했다.

완안의 슈퍼마켓에서도 돼지 살코기 1kg 가격은 72위안(1만2000원), 돼지갈비는 74위안(1만2300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배 이상 올랐다. 이 슈퍼마켓은 돼지고기가 너무 비싸지자 대신 토끼고기를 과거보다 10위안 이상 싼 kg당 43.6위안에 팔며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 마을 주민 류강은 “완안 외곽에 있는 돼지고기 판매상들은 지역 주민들이 비싼 가격에 돼지고기를 사먹을 능력이 안되기 때문에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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