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질문을 하는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지난 8월 27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지 57일 만이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정 교수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내 사진은 특종 중에 특종”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검찰과 정 교수 측은 구속 필요성을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시작했다. 당초 10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다른 재판으로 다소 늦어졌다고 한다. 송 부장판사는 오후 1시10분쯤 휴정을 했다. 점심식사 때문이다. 정 교수 측은 대기실에서 배달 온 김밥과 음료수 등을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는 오후 2시10분쯤 재개됐다가 오후 5시50분쯤 종료됐다. 정 교수는 서울구치소에서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하게 될 전망이다.

<2019년10월23일 권현구기자 >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처음 포토라인에 섰는데 국민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정 교수의 얼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24일 새벽 결정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21일 정 교수에 대해 업무방해·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 등 11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심사를 맡은 송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8기로 지난 2월 처음 영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 연루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강력 반발했고 지난 7월 영장을 재청구 했으나 그마저도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다만 지난 10일 ‘버닝썬 경찰총장’ 윤모 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그는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했다.

<2019년10월23일 최현규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정 교수는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때 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정 교수 영장심사에서는 범죄 혐의 소명, 중대성과 함께 그의 건강 문제가 쟁점이 됐다. 오전에는 입시비리 혐의 위주로 공방이 벌어졌고 오후에는 사모펀드 불법 투자, 증거인멸 혐의 순으로 심사가 이뤄졌다. 정 교수 측에서는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을 변론한 김칠준 변호사와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김종근 변호사 등 6명이 방어에 나섰다. 검찰도 반부패수사2부 소속 부부장검사를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검사를 대거 심문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입시 비리 부분은 피의자와 그 가족이 사회적 지위와 인맥을 이용해 허위 스펙을 쌓고 이를 입시에 부당하게 활용한 것”이라며 “입시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모펀드 혐의는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인임에도 무자본 M&A 세력에 대규모 자금을 사용하고, 불법에 가담해 불법적 이익을 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범죄 수익과정을 은폐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며 “증거인멸 관련해서는 다수의 고발이 이뤄졌고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위조 및 증거은닉을 교사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청문회 착수 전후로 주요 참고인에 대한 광범위한 접촉을 하고 부적절한 압력을 넣은 정황 등 다수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2019년10월23일 권현구기자 >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정 교수 측도 심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장 기재 범죄사실이 과장됐고 왜곡됐다는 점을 충분히 밝혔다”며 “법리적으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도 상세히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가 방대하게 이뤄졌고 그 과정이 대단히 불공정한, 기울어진 저울과 같았다”며 “재판 과정만은 공정한 저울이 되기 위해 불구속 재판이 전제돼야 하고,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충분히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은 또 “입시 관련 부분은 사실 스펙이라고 하는 인턴 활동과 자원활동 경력이 과장됐다는 이유로 트집을 잡고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일때 허위라고 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기준을 세워야 하는 것이지 그걸 이유로 구속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 측은 “사모펀드 관련 사실관계도 잘못됐지만 법리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충분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장시간 한 가정이 파탄날 지경으로, 한 가족이 온전히 버티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며 “이제 차분하고 냉정하게 자신의 억울함을 법정에서 밝히도록 마땅히 불구속 해야 하고 방어권 행사할 수 있도록 사법부가 한 개인에게 쓰나미처럼 왔던 걸 거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의사 면허를 보유한 검사가 정 교수의 뇌종양 등 진단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토했고, 구속 수사가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앞서 사례를 보면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제공한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는 유방암 투병 중 영장이 발부돼 구속된 적이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10.23 hama@yna.co.kr/2019-10-23 10:43:28/

검찰 관계자는 ‘영장심사 과정에서 정 교수가 건강 문제로 심사를 받기 힘들다고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정 교수가 심사 과정에서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를 드러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정 교수 측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실제 운영주체를 검찰이 오해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 범죄 혐의를 정 교수에게 덧씌웠다는 주장이다. 증거인멸 혐의 역시 청문회 등을 거치며 사실을 확인하고 해명하려는 과정이었다고 변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교수가 7차례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한 점, 도주 우려가 없는 점, 광범위한 강제수사로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점도 불구속 주장의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교수 측은 전날 저녁 심사에 직접 출석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당초 정 교수가 법원 포토라인을 피하기 위해 심사에 불출석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직접 나와 방어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정 교수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에서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며 언론의 관심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이달 3일부터 17일 사이 모두 7차례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번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꺼낸 것은 정 교수의 신병을 확보해 추가 조사를 벌일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정 교수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청구는 ‘양날의 검’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는 정당성을 얻고 탄력을 받겠지만 기각될 경우 여론이 악화되는 등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검찰은 영장 발부를 자신하고 있다. 특히 정 교수가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를 시켜 하드디스크 등 증거인멸을 한 것이 영장 발부에 고려될 것이라고 본다. 범죄의 중대성도 작지 않다. 다만 조 전 장관의 동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것처럼 법원의 판단이 검찰과는 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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