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지오. 뉴시스

‘장자연 접대 리스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임을 자처한 배우 윤지오씨를 도운 익명의 후원자가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가부에 대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이날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씨에 대한 지원을 (여가부 산하 단체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한 것으로 나온다”며 “익명의 기부자를 통해 지원했다는데 구체적인 해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 제출을 요구했다.

김현아 한국당 의원도 “도대체 무슨 근거로 윤씨에 대한 지원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적 근거가 있느냐”며 “특정 기부금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는 기부금에 대한 법적 근거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지원의 경우 성폭력 피해자나 그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만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씨는 성폭력 피해자 가족이나 당사자가 아닌데 왜 지원했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증빙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묵직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모르냐. 여가부나 진흥원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윤씨의 숙소 지원과 관련해 여가부에서 진흥원에 협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애초에 진흥원에서 (익명으로) 기부금을 받았다는 설명 자체가 거짓”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적에 김희경 여가부 차관은 “숙소 지원과 관련해서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 (여가부) 예산을 쓰지 않았다”면서도 “기부금을 (익명으로) 받았고 사적 기부금을 냈던 것을 여가부가 진흥원에 전달한 것이다. 또 정관상 여성 폭력 관련 활동이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봉정숙 진흥원 원장 역시 “장자연 관련 수사 의혹이 중요했다”며 지원 배경을 밝혔다.

익명의 기부금을 전달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명했던 김 차관은 이날 오후 해당 기부자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송 의원은 “여가부에 익명의 기부자에 대한 해명을 달라고 했더니 그 당사자가 (김) 차관이라고 하더라”며 “차관이 3월에 장관 결재도 받지 않은 채 윤씨를 도와줄 방법을 알아보고 그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희경 여성가족부 차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차관은 “당시 윤씨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새벽마다 숙소를 옮긴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적인 요구가 컸다”며 “경찰의 증인보호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과도기적 조치로 긴급숙소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15만8400원의 개인 기부금을 써서 서울여성플라자 숙소에 사흘간 묵도록 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자신의 기부 사실을 숨긴 이유에 대해서는 “출처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단순하다”며 “사적 기부라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만약 당시에 알려졌다면 미담이 됐을 것”이라며 “지금 공개하는 것은 이 사건이 국회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원 한국당 의원은 “3월부터 이어진 국회의 자료 요구를 왜 숨겼는지 모르겠다”며 “(김 차관은) 아래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을 한 것이다. 직원들이 징계를 받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윤씨가 피해자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차관이 합법적 방안을 찾은 것이겠지만, 수개월 동안 자료 제출을 지연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며 “진작 이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사기와 명예훼손 등 여러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지난 4월 김수민 작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윤씨를 고소했다. 김 작가의 법률 대리인인 박훈 변호사도 후원금 의혹을 제기하며 사기 혐의로 그를 고발했다.

또 윤씨가 과거 아프리카TV BJ 활동을 하면서 승무원 복장을 하고 선정적인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이외에도 윤씨는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가 장자연리스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도 고발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7월 23일부터 8월 16일까지 윤씨에게 3차례 출석요구서를 전달했다. 보통 소환 요구에 3차례 이상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검토하는데,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윤씨는 “입국계획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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