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법 개정안 오는 24일 논의 가능성
개정안 통과돼야 ‘데이터 경제’ 본격 도입
신용점수 올려 은행 문턱 낮아지는 효과도
개인정보 보안 문제 해결이 ‘관건’


2005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전기·통신이 모두 끊긴 도시에서 시민들을 살린 건 구조용 헬기도, 경찰도 아닌 ‘발라시스(Valassis)’라는 광고업체였다. 발라시스는 고객 데이터를 구조 당국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공유했다. 구조 당국은 데이터를 토대로 구호물자를 적재적소에 전달했고, 피해가 더 커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고객 데이터가 재난 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일찌감치 싹을 틔운 ‘데이터 경제’가 자리한다. 데이터 경제란 데이터가 산업 간에 자유롭게 공유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환경을 말한다.

신용정보법 개정은 한국에 데이터 경제를 도입하기 위한 초석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객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산업 간에 공유할 수 있다고 본다. 가명정보는 개인을 특정할 순 없지만 익명정보보다 더 세밀하게 고객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선 신용점수를 매길 때 더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은행 문턱이 낮아진다. 다만 개인정보 보안은 숙제다.

국회는 24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뒤 1년째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 8개 기관은 지난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금융권이 신용정보법 국회 통과를 간절하게 바라는 이유는 ‘먹거리 창출’에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자영업의 한계에 부딪힌 금융회사들은 ‘신사업 발굴’에 절실하다. 여기에다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 플랫폼 간 경계를 허무는 ‘오픈 뱅킹’을 도입한다. 금융회사로선 차별화 전략이 없으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가입률 경쟁이 사라졌다. 플랫폼이 하나로 통합되기 시작하면서 그 의미가 사라진 것”이라며 “데이터를 많이 활용할 수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상품·서비스를 더 세밀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소비자들의 금융 접근성도 높인다. 신용평가 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범위가 넓어지면 신용점수도 올라갈 수 있다. 핀테크 업체들이 선보이는 ‘신용점수 올리기’는 데이터를 이용한 미래사업 중 하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객의 공과금 납부 내역 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록, 온라인 쇼핑 이용 내역 등 더 많은 정보가 신용평가에 이용될 수 있다.

관건은 ‘보안’이다. 국회도 어디까지 개인정보 보호를 담보해야 하는지 법적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럽은 데이터 활용 시 개인정보가 침해되면 최소 1000만 유로(약 130억3700만원)를 물린다. 반면 한국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전부다. 시민단체가 신용정보법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반발하는 이유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23일 “데이터 경제로 치면 한국은 ‘불모지’다. 거대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의 중소기업도 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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