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적용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정 교수는 법정 피의자석에 앉아 오전 입시비리, 오후 사모펀드와 증거조작을 주제로 진행된 검찰과 변호인단의 논박을 경청했다. 점심시간 이후 오후 4시에 휴정이 재차 이뤄질 정도로 심사가 길어졌지만 정 교수는 건강 문제를 호소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배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었던 때부터 여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됐었다. 시작은 재산총액을 뛰어넘는 ‘가족 사모펀드’였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자료로 공개된 재산 내역 속에서 정 교수와 두 자녀가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사모펀드에 74억5500만원을 출자 약정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의아한 투자였지만 조 전 장관 측은 “주식은 안 되지만 펀드는 된다”는 입장으로 대응했다. 펀드가 손실을 봤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이 사모펀드의 실질 대표는 주식 전문가로 활동해온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로 드러났다. 조씨를 조사한 결과 검찰은 정 교수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도피성 출국을 했던 조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와의 금전 거래가 포착된 것이 큰 전환점이었다. 조씨는 코링크PE의 설립 자본금 일부가 정 교수로부터 왔다고 진술했다.

정 교수는 코링크PE의 사모펀드와 연관된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에서 14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일도 드러났다. 정 교수는 영어교육 자문일 뿐 경영에 관여한 것은 아니며 직장인 동양대에 신고까지 마쳤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측이 “펀드 투자처를 몰랐다”고 하는 말은 조금씩 설득력을 잃어 갔다. WFM 측이 이 자문료를 사실상의 수익금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검찰의 정 교수 남동생 자택 압수수색 때 12만주의 WFM 실물주권이 발견된 것은 결정적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실물주권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일은 드물다고 입을 모았다. 이 주식의 실제 보유자는 정 교수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이어졌다. 검찰은 차명으로 보관된 정 교수의 주식이 결국 자본시장법상 금지된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범죄수익이라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국민적 공분으로 비화한 자녀 입시비리 문제에서도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8월 ‘제1저자 의학논문’이 폭로된 직후 조 전 장관은 “딸의 부정입학 의혹은 ‘가짜뉴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것은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사실이었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표창장의 존재 자체를 허위라고 진술한 가운데 정 교수는 끝내 검찰에 원본을 제출하지 못했다. 정 교수 딸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만들어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보직해임됐다. 그는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정 교수가 검찰 수사를 전후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애쓴 일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낳았다. 정 교수는 검찰이 동양대를 압수수색하기 전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과 함께 동양대로 달려가 컴퓨터를 빼냈다. 동양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료 제출을 만류하는 당부를 건네기도 했다.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는 ‘업그레이드’ 차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는데, 김 차장마저 “그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을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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