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부산 남구 부경대 용당캠퍼스에서 열린 '저스티스리그-공정 세상을 위한 청진기 투어'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1년 전에 수사가 마무리된 촛불집회 계엄령 검토 문건으로 또다시 정쟁에 뛰어들었다. 최근 군인권센터가 계엄령 문건의 원본을 공개하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해 여야가 합의했던 계엄령 문건 청문회가 흐지부지된 상황에서 또다시 대결 양상에 돌입한 것을 두고 결국 총선을 염두에 둔 셈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인권센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문건을 보면 2017년 2월 작성된 문건에는 ‘계엄 선포 필요성 평가’ 항목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정부 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과 20일 세 차례 NSC를 주재했다. 이를 두고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시기상으로 황 대표 등 정부 주요 인사 간에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했고, 황 대표는 “계엄령의 ‘계’자도 못 들었다. 보고된 바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한국당은 지난 22일 임 소장을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임 소장 주장대로 황 대표가 계엄 문제에 관여한 정황이 나온다면,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에는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있다. 논란이 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즉각 고발 조치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쟁점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계엄령 문건 진상규명을 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음모의 의혹이 있다면 그 진실을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며 “국방부와 검찰에 문건의 진위를 밝혀줄 것을 요청한다. 당도 진상규명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정말 한국당이 진상 규명을 원한다면 한 번 수사했던 검찰 수사를 다시 거치기보다는 국방위원회 청문회 등 다른 절차를 거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령 문건 원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방위 청문회 개최는 이미 지난해 11월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가 있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군·검 합동수사단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미국 도주 등으로 진상 규명이 어렵다며 기무사 장교 3명만을 불구속기소하고 수사를 마무리하자 국회 차원에서 다시 살펴보자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연말 예산안 정국이 시작되면서 청문회 논의는 더 진전되지 못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위에서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을 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방위원장이 뭉갰다”며 “이미 합수단 수사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이제 와서 뭘 더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총선을 염두에 둔 흑막이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공개된 문건이 원본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종명 한국당 의원은 문건 표지에 한자 오기가 있다며 문건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문건에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표시가 다수 있어 원문을 그대로 필사해 공개했다. 필사하는 과정에서 오타가 생긴 것”이라며 “해당 문건은 검찰에도 같은 내용으로 존재한다. 허위로 작성하거나 조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