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자본시장법 위반(허위신고 및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10.23.

올해 검찰에서는 이례적 내용의 수사가 있었다. 증거인멸 관련 혐의로만 8명이 구속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며 벌어진 일이다.

말단 직원인 대리부터 부사장까지 당시 줄줄이 구속됐다. 윗선에서 부하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부하들은 이를 실행한 혐의였다. 삼성 수뇌부는 회의를 거쳐 검찰 수사에서 분식회계 혐의 등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기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관련 회계 자료 등을 폐기하기로 모의했다는 것이다. 입사 4년차였던 삼성바이오 대리급 직원 안모씨도 윗선의 지시를 따랐다가 당시 구속됐다. 노트북 20여대와 회사 공용서버를 공장 바닥 아래 숨겼던 것이 발각됐다.

공교롭게도 증거인멸 혐의를 받던 삼성 직원 8명 중 절반인 4명이 송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결정으로 구속됐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5월 11일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 소속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 TF 소속 서모 상무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며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 피의자 및 관련자들의 수사에 대한 대응방식 및 경위에 비춰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5월 25일에는 김모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 인멸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이 모 부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2019.04.29.

송 부장판사는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영장심사도 맡았다. 정 교수의 11가지 혐의에는 송 부장판사가 과거 구속영장을 내준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포함돼 있다. 정 교수는 PC 하드디스크 등을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를 시켜 교체했다고 한다. 김 PB는 이에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좀 멍청한 행동을 한 거 같다. 저도 그렇고 (정경심) 교수님도 그렇고”라며 “제가 (증거인멸을) 인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그레이드를 하건, 뭘 손을 대건 하든 이런 것들은 전혀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제출을 했지만, 그 행위 자체로 증거인멸이라고 인정을 하는 게 맞다”고도 강조했다. 이미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그 실행자인 김 PB가 인정을 한 것이다. 다만 정 교수 변호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동일한 (증거인멸 관련) 사안에 대해 재판을 한 적 있는데, 대법원에서 무죄취지로 파기 환송을 했다”며 “그 판례를 확인해보면 증거은닉 교사 혐의가 인정 안 된다는 법리적인 주장을 심사 때 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10월23일 최현규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영장 심사을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정 교수는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때 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한다.

검찰의 입장은 확고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정 교수는)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위조 및 증거은닉을 교사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다”며 “조국 전 장관 청문회 착수 전후로 주요 참고인에 대한 광범위한 접촉을 하고 부적절한 압력을 넣은 정황 등 다수의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핵심 증거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과 하드디스크 일부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 불법 투자 및 입시부정 혐의도 가볍지 않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그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송 부장판사가 보여준 판단은 엄격하다. 법조계에서는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당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를 수사했던 반부패수사2부의 부장검사는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다. 송경호 부장검사는 반부패수사부를 총괄하는 3차장으로 승진한 뒤 다시 증거인멸 관련 혐의로 송경호 부장판사의 판단을 받게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송 부장판사가 그간 삼성바이오 사건에서 보여준 기준으로 보면 정 교수의 구속 가능성은 높아보인다”며 “송 부장판사도 과거 구속 결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는 송 부장판사가 정 교수 측의 주장에 수긍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송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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