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폐기 국제운동을 주도해온 호주의 저명 의사가 호주올림픽위원회(AOC)에 2020도쿄올림픽 참가 선수단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에 노출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재앙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선수 가족 중 임신부와 어린아이는 더욱 피폭에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틸만 러프 교수. 오스트레일리언 홈페이지 캡처

30일 호주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언’ 보도에 따르면 틸만 러프(Tilman Ruff·64) 교수는 최근 AOC를 상대로 내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지원단에게 후쿠시마 원전사고 재앙으로 인한 건강 영향에 대해 알릴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염병 전문의로 멜버른대학교 노살국제보건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는 러프 교수는 핵무기 근절을 위한 국제운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2007년 멜버른에서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ICAN)을 공동 창립했다. ICAN은 핵무기 금지를 획기적으로 줄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러프 교수는 AOC에 보낸 경고문에서 일본올림픽위원회(JOC)측이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를 치르고 성화 봉송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이는 방사선 노출 최대 기준치를 넘길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발 사건이 난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에서 최대 50㎞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스트레일리언 기사 캡처

러프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오직 체르노빌 멜트다운과 비교될만한 참사”라면서 “체르노빌보다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지 않다고 하지만 오염은 광범위하고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핵재앙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잘못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아 갑상샘암 환자의 급증을 예로 들었다. 후쿠시마에서만 원전 사고 이후 200건 이상 발병했다는 것이다.

2011년 사고 이후 수차례 후쿠시마를 방문한 그는 AOC에 보낸 경고문에서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호주 선수단에게 방사능 오염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면서 “특히 선수를 따라가는 가족 중 임신부나 어린아이들은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몇 주 혹은 한달여간 후쿠시마나 인근 오염지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선수단에게 방사능 오염에 노출될 것이며 이로 인한 위험을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세계 의학자들은 그동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피폭 한도를 1mSv에서 20mSv로 낮춘 것을 비판해 왔다. 러프 교수는 “8년이 지났지만 일본 정부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민의 피폭치를 저렇게 낮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러프 교수의 경고에도 AOC는 별다른 대응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AOC 대변인은 “IOC가 수차례 현지를 방문해 조사한 결과 후쿠시마는 방사능 오염에 안전하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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