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대간, 옛 화전민 동네에서 고양이 70마리 거두는 부부

“사룟값은 막노동해서 댈 수 있으니 중성화 수술이라도 받게 했으면…”

지난 15일 독립운동가 남자현(1872~1933) 지사가 다녔다고 알려진 경북 영양군 석보면 포산동교회터를 찾아 나선 길이였다. 포산동교회는 1910년 무렵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과 그의 조카 이운영(독립운동가) 선생 등에 의해 설립, 운영되던 예배당이자 민족계몽운동 공간이기도 했다. 그 포산동교회터는 땅콩밭으로 변해 있었다. 한때 30여 가구가 살던 마을은 8가구 10여 명의 주민만 살아간다.
세 다리로 주인 임씨 부부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 '코딱지'.

일단 포산동교회터가 있는 포산동마을 접근이 쉽지 않았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은 태백대간을 중심으로 한 험준한 산악지역이다. 포산동마을은 석보면사무소에서 10㎞쯤 산길을 따라 올라야 하는데 지도상에 길조차 제대로 표기되어 있지 않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시멘트 포장길이 뚫렸긴 하나 울창한 숲에 가려 초행자는 쉽게 길을 찾지 못한다. 딱 영화 ‘동막골’에 나오는 마을 같았다.

이 마을은 포도산(748m) 정상 즈음 작은 분지 형태에 자리 잡았다. 화전민들이 잡초와 나무를 태워 농사를 짓다가 계곡을 막아 보를 만들고 그 보가 자리를 잡으면서 논농사도 짓게 된 곳이다. 지금은 논농사 지을 사람이 없으니 잡초가 무성해지고 논은 습지가 됐다.

세 발 고양이 ‘코딱지’를 만난 것은 해 질 무렵이었다. 붉은색 지붕 집 앞 길가에 고양이들이 바글거려 다가갔는데 세 발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들었다. 호랑 무늬를 한 두 살배기였다. 그런데 그 집 안팎이 고양이들로 가득했다. 낯선 이의 방문에 홍해 갈라지듯 했다.

“2년 전에 세 발 고양이가 불쌍해 데려다 키웠어요. 이 깊은 산 중에 고양이 키우는 집이 없는데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요. 주먹만 한 작은 고양이가 앵앵거리며 울길래 안았더니 웬걸 다리 하나가 끊어지기 직전이었어요. 달랑달랑 매달려 있잖아요. 불쌍해서 방 안으로 데려와 부목을 대주긴 했는데 어찌 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60대 집주인이자 70여 마리 ‘고양이 엄마’ 임현주씨가 ‘코딱지’ 거둔 사연을 얘기했다. 임 씨는 이튿날 대중교통으로 3시간 30분 걸리는 안동시 동물병원에 찾아가 ‘코딱지’를 수술시켰다. 70여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임 씨 부부는 이날 이후 새끼 고양이를 정성 들여 키웠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고양이들이 한두 마리씩 늘기 시작했다. 4㎞ 내에 민가도 없는 산속인데 대체 고양이들이 어디서 그렇게 나타나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임 씨 부부는 ‘코딱지’에게 주던 사료를 한 두 마리씩 느는 고양이에게도 나눠 주었고 그러는 사이 고양이가 열 마리, 스무 마리, 서른 마리 등으로 늘더니 어느새 70여 마리가 됐다. 한때 100마리였다.

“고양이 천국이 되놓으니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하루 두 차례 먹이를 주는데 ‘코딱지’ 등 몇 마리를 제외하곤 먹고서 어디로 가는 모르게 흩어져요. 그리고 밥 먹을 시간엔 어김없이 나타나죠. 개체 수가 너무 늘고 사룟값도 감당 안 돼 궁여지책으로 사료 주는 양을 제한했어요. 꼭 정해진 일정량만 주었죠. 그랬더니 고양이들 스스로 개체 수를 조절하더라고요. 70여 마리 이상 넘지 않아요.”

임 씨 부부가 드는 사룟값은 월 30만 원~50만 원 선. 어느 순간 고양이 엄마가 된 임 씨는 어떻게든 더 열심히 일해 사룟값을 벌어야 했다. 다행히 남편이 영양 관내와 멀리 안동시까지 막노동 현장을 다니며 사룟값을 벌어 왔다. 외지 사는 40대 딸도 사룟값을 보탠다.

“싫어하시는 마을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고양이가 늘면서 마을에 뱀, 두더지 등이 없어졌어요. 두더지가 마을 주력 농사인 고구마를 파헤쳐 피해가 심했거든요. 또 습지인지라 뱀도 많아 골치 아팠었는데 그런 문제가 해결됐어요. 이 깊은 산속에서 이 많은 고양이를 어떻게 버려요. 어떻게든 거두고 싶죠. 다만 누가 중성화 수술을 좀 해주면 정말 감사하겠다 싶어요. 영양군은 작은 동네인지라 동물보호단체 같은 게 있을 리 없어 입양도 쉽지 않거든요.”

부부가 살리는 생명이 또 있다. 남편이 버려진 개를 데려다 키우는 바람에 한때 열 두 마리의 개가 있었다. 이 역시 사룟값 부담에 줄여서 지금은 세 마리를 키운다. 그 중 한 마리는 10년 전 별세한 이웃집 할머니 개였는데 홀로 살던 주인을 잃고 떠돌이가 된 것을 임 씨 부부가 데려와 밥을 주고 마당에서 키운다.

“개는 정말 충성심이 대단해요.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됐는데도 아직도 할머니 네 집을 제집으로 알고 기다려요. 저는 밥 주는 이웃 아줌마인 셈이죠.”

경북 영양군 석보면 포산길 319번지 깊은 산속 마을에 가면 70여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60대 부부를 만날 수 있다. 영양=글·사진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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