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적이 처음이라 불편했어요. 구도쉘리답게 모든 걸 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자꾸 못 하게 하니까. 압력 때문에 자꾸 위축되더라고요”
구도쉘리. 최민석 기자

당당한 옷차림과 솔직한 매력으로 인기 가도를 달리던 유튜버 구도쉘리(박선영·28)는 최근 불법촬영을 옹호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연달아 사과방송을 해야했다.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 9월30일 ‘권혁수감성’에 업로드된 등뼈찜 영상이었다. 방송인 권혁수(33)와 함께 찍은 이 영상에서 구도쉘리는 식사를 하다 윗옷을 벗고 브라톱을 드러냈다. 이후 옷차림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를 해명하다가 몰카 관련 발언으로 비난에 휩싸였다.

이후 3차례의 사과 및 해명방송으로 잦아들던 논란은 구도쉘리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구도쉘리는 지난달 30일 국민일보에서 인터뷰를 갖고 “애초 브라톱을 입은 것이 권혁수 측과의 사전 협의사항이었으며 두차례에 걸쳐 읽은 사과문 역시 권혁수 측에서 대필했다”고 폭로했다. 자신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라이브 해명방송을 원했지만, 권혁수 측에서 이를 말렸다고도 했다.

그는 또 “권혁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 ‘주작(조작)한 거 들키면 나 연예계 생활 끝이다. 내가 너 옷 벗긴 거 알려지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한다. 일 끊겨서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며 (자신이) 탈의시켰다는 말을 못하게 했다.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도쉘리의 주장에 대해 권혁수는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등뼈찜 상의 탈의에 대해 사전에 협의한 적이 없고, 해명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과문 대필에 대해서는 “구도쉘리가 요청해서 써줬을 뿐”이라고 밝혔다.

구도쉘리가 인터뷰에 응하기까지는 여러차례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는 “왜곡된 진심에 대해 다 해명하고 싶다”면서도 “권혁수님과 연관이 되어 있어 쉽게 말을 꺼내기 어렵다”고 망설였다. 인터뷰 시간까지 잡은 뒤 “(권혁수 매니저가) 더 이상 이 사건을 수면 위로 올리지 말고 억울하더라도 그냥 묻으라고 코칭주셨다”며 취소하기도 했다. 마침내 비장한 눈빛으로 나타난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도중 “고민이 된다”며 연신 마른 세수를 했다.

다음은 구도쉘리와의 일문일답.

-간단한 자기소개를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버 구도쉘리라고 하고요. 스트레스성 폭식, 핵불닭볶음면 먹방, 후원받으면서 화내는 여자, 구독자 혼내는 여자로 알려져 있어요. ‘시간이 없어요’ ‘아시겠어요?’ 같은 유행어도 있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원래 피아노를 쳤어요. 그런데 호주 멜버른에 이민 간 후 개인 사정 때문에 피아노를 못 치고 식당을 운영하게 됐어요. 한 6년, 7년을 풀타임으로 일했거든요. 아침부터 새벽까지. 그러다보니 폭식을 하게 되었어요. 식사 시간도 불규칙하고. 그래서 제가 50㎏가 쪘어요. 100㎏가 넘어가고 초고도비만이 되니까 여러 합병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쉬게 된 거죠. 건강 때문에.

20대는 일한 기억밖에 없어요. 갑자기 쉬게 되니까 뭘 할까 고민하다가 유튜브를 시작해보게 된 거예요. 저의 다이어트 과정, 병을 극복하는 과정을 기록해보자. 다이어트는 힘들잖아요. ‘빡센’ 디톡스 식단도 하고, 가끔은 폭식도 하고. 그러다 브라톱을 입고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이 팍 뜬 거죠.”

이슈가 됐던 '시간이 없어서 핵불닭볶음면 2개만 먹겠다구요! 아시겠어요?' 영상. 구도쉘리 유튜브 캡처

-권혁수와 콜라보를 하게 된 과정은

“저는 그냥 호주 멜버른에서 편안하게 일상을 찍는 유튜버였고, 지금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근데 저의 핵불닭볶음면 영상이 인기를 얻고 혁수오빠께서 5월 18일에 그 영상을 패러디하신 거예요. 갑자기. 놀랐어요 처음엔. 나처럼 특이한 캐릭터를 인지도 있는 한국의 연예인이 패러디하네? 이런 느낌이었죠.

영상통화 합동 방송중인 구도쉘리와 권혁수


그 인연을 계기로 계속 연락은 했어요. 7월 28일에 영상통화로 같이 방송(유튜브 업로드 8월 20일)도 하고. 그러다 매일경제에서 9월 27일 주최한 ‘세계지식포럼’에 초청되어서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같이 유튜브 방송을 하게 된 거죠.”

-어쩌다 브라톱을 입고 촬영하게 됐나요

“혁수 오빠 매니저님이 입고 오라고 했어요. 9월 30일에 Xtvn ‘최신유행프로그램’ 촬영이 있어서 의상을 어떻게 입고 가야 하나 물어봤거든요. TV 촬영이 끝나고 혁수오빠랑 혁수오빠 매니저님이랑 등뼈찜을 먹으러 갔어요. 거기서 혁수오빠 유튜브 채널 ‘권혁수감성’으로 라이브 방송을 한 거죠.

9월 29일 권혁수 매니저(왼쪽 흰색 말풍선)와 구도쉘리 카톡 캡처.

저는 조심성이 많고 남들 불편하게 하는 걸 되게 싫어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항상 누군가와 콜라보 작업을 하면 유의해야 할 점, 조심해야 할 점을 미리 여쭤보고 시작해요. 그날도 등갈비집에서 라이브 방송 시작 전에 혁수오빠께 물어봤어요. TV 촬영 때문에 옷 안에 브라톱도 입고 있고, 시청자들도 구도쉘리 브라톱 콘셉트를 보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브라톱을 입고 촬영할까요, 아니면 티셔츠를 입고 촬영할까요, 이렇게요. 그랬더니 혁수오빠가 ‘티셔츠 입은 채로 촬영하다가 니가 덥다면서 상의를 탈의해라’라고 하셨어요. 제가 걱정하니까 아무런 문제 없을 거라고 얘기도 해 주셨어요. 저는 호주에 있었고 연예인이 아니니까 한국방송 수위나 정서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서 혁수오빠께 여쭤봤고 믿었죠. 매니저님도 괜찮다고 했어요.

구도쉘리(사진 왼쪽)와 권혁수. 권혁수감성 라이브방송 캡처

근데 그 이후에 ‘구도쉘리가 예의 없게 돌출행동을 했다’고 기사가 나기 시작했어요. 페이스북이라던가 SNS에 영상도 떠돌고.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제일 힘들었던 거는 ‘구도쉘리가 민폐를 끼쳤다. 당황하는 권혁수 표정 안 보였냐’는 반응이었어요. 저는 그런 사람 아닌데. 시켜서 한 건데.”

구도쉘리가 "우리가 촬영 전에 이미 얘기한 거 알면 재미는 조금 떨어지지만 오빠 억울한 거는 풀림"이라 말하자 권혁수는 "아니야 억울하지 않아"라고 답했다. 10월 1일 권혁수(왼쪽 흰색 말풍선)와 구도쉘리가 등뼈찜 논란 이후 나눈 카톡 캡처.

-이후 라이브 방송에서 한 ‘몰카 발언’이 논란이 됐는데

“반응이 너무 당황스러워서 10월 6일 ‘구도쉘리는 한국 공공장소에서 검은색 구도쉘리룩을 입어도 될까?’라는 라이브 방송을 켰어요. 한국에 들어와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혁수오빠 팀이었는데 저한테 계속 브라톱을 입어도 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말 그런 줄 알았어요. 한국 정서가 변한 줄 알았는데 반응은 그렇지 않아서 직접 물어보고 싶었어요.

공공장소에서 브라톱을 입어도 되냐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한 시청자가 ‘입고는 싶은데, 몰카 찍힐까 봐 두려워서 못 입겠어요’라는 댓글을 달았어요. 몰카 종류가 여러 가지잖아요. 초상권 침해, 파파라치,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리벤지 포르노. 근데 저는 공공장소 옷차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건 생각을 아예 못했어요.

그래도 그날 발언에 대해선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제가 잘 몰랐어요.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 이후 권혁수 측에서 연락이 왔나요

10월 7일 유튜브 권혁수감성 채널 피디(왼쪽 흰색 말풍선)와 구도쉘리가 나눈 카톡 캡처

“네. 혁수오빠랑 매니저님, 혁수오빠 유튜브 채널 피디님 연락이 와서 사과 영상을 빨리 올리라는 코칭을 받았어요. 저는 사실 처음부터 10시간이고 20시간이고 솔직하게 해명하고 싶었는데 사과는 짧게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조건 5분 안에 끝내라. 어떻게 짧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니까 피디님이 “이런식으로 썼으면 좋겠다”고 카톡을 주셨어요. 이걸 바탕으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사과문을 썼고 다시 피디님께 넘겨드렸어요. 모니터링을 받은 거죠. 2차 영상은 아예 직접 써 주셨어요. 이후엔 한 달 이상 조용히 있으라는 코칭을 받았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절대 안된다고. 사건을 묻으라고.

구도쉘리. 최민석 기자


(*구도쉘리는 10월 7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1차 사과 영상을 올렸다. 논란이 가시지 않자 10월 8일 2차 사과 영상을 올렸다. 이후 10월 9일 10시간 라이브로 3차 해명방송을 했다. 현재 영상은 비공개 처리 된 상태다)

-상의 탈의가 권혁수의 아이디어였다는 말을 못하게 했나요

“처음에는 그냥 혁수오빠를 지켜드리고 싶었어요. 혁수오빠가 먼저 해명을 해 주실 거란 믿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10월 9일에 몰카 발언에 대해 10시간에 걸쳐 라이브 방송으로 해명할 때도 그 부분은 빙빙 돌려서 말했어요. 유튜브 콘셉트와 저의 자아가 혼동이 왔다 이런 식으로 얼버무렸어요. 혁수오빠가 시켰다는 이야기는 안 하고 ‘사전 협의가 있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줄 알았다’ 이런 식으로 얘길 했어요.

근데 혁수오빠 유튜브 채널 ‘권혁수감성’ 커뮤니티에 관리자 계정으로 바로 글이 올라오더라고요.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실 전 ‘내가 시켜서 쉘리가 옷을 벗은 거다’라고 말하는 것까지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상의 탈의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만 해 주셔도 이렇게까진 안 하려 했어요. 근데 그렇게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시니까….”

커뮤니티에 올라온 권혁수 입장문

-이후 권혁수 측의 입장은

“혁수오빠 피디님께 보이스톡이 왔어요. 왜 상의도 없이 멋대로 네가 열시간 방송을 했냐 이런 반응이었어요. 이후에 혁수오빠도 보이스톡이 왔어요. 커뮤니티 글에 대해서는 ‘내가 쓴 게 아니고 회사가 쓴 거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네가 (상의탈의)한 건 괜찮아. 문화 차이 때문에 몰랐다고 하면 괜찮아. 근데 연예인이 주작(조작)하다 걸리면 안 되잖아’라고 탈의시켰단 말을 못 하게 하셨어요.

권혁수 매니저(왼쪽 흰색 말풍선)와 구도쉘리가 나눈 카톡 캡처

10월 7일 권혁수 유튜브 '권혁수채널' 피디(좌) 와 구도쉘리(우)가 나눈 카톡 캡처

그러면서 ‘연예계에서 주작(조작)한 거 알려지면 나 연예계 생명 끝이야. 간단한 주작(조작)? 괜찮을 수 있어. 근데 우리가 한 건 심각한 주작(조작)이야. 성범죄야. 성희롱이야. 남자인 나 권혁수가 여자인 너 구도쉘리 옷을 벗겼다? 옷을 벗으라고 시켰다? 그건 범죄야. 나 페미니스트들한테 고소당할 수도 있어. 내가 변호사 법조인분들한테 물어봤어’라고 말씀하셨어요. 통화 끝엔 ‘나 그렇게 되면 밥줄 끊겨서. 주변에 그런 식으로 자살한 연예인들도 많아. 일단은 묻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전화를 끊고 나니까 제 성격상 혁수오빠를 무조건 감싸주고 싶었어요. 연예인이시고 저도 누구한테 폐 끼치고 싶지도 않고. 아무 말 하지 말라 하셔서 3주 동안 가만히 있었어요. 그런데 사과 한마디 없으시더라고요. 이후에 ‘권혁수감성’ 채널엔 영상이 세 개나 올라왔고요.”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현재 심경은

“사실 덮으려고도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어서 두렵기도 했고요. 이 자리 오기까지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요. 상대가 연예인이라 지켜드리고 싶은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묻고 가면 저 스스로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던 구독자분들도 제 솔직함을 좋게 봐 주신 건데 그분들을 기만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제가 개념없는 사람으로 알려지면서 제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구독자분들에게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구도쉘리답게 유튜브 활동을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사실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냥 저답게 사는 사람이에요. 사실 제가 처음부터 하고싶었던 얘기도 ‘나답게 당당하게 살아라’는 얘기였어요. 그 과정에서 오해와 실수가 있어서 많은 분들게 상처를 드려서 너무 죄송해요. 의상에 대해서도 여성분들에게 자유롭게 입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옷 입은 사람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걸 불법적으로 촬영하는 가해자가 잘못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누구든지 나답게,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홍근 인턴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yulli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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