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오디션 왕국’을 이끌던 두 명의 스타 PD가 몰락했다. ‘프로듀스101’ ‘슈퍼스타K’ 시리즈를 탄생시키고 또 다른 연예계 등용문을 만들었던 안준영(40) 엠넷 PD와 김용범(45) CP다. 이들은 스스로 도입한 유료 문자투표 시스템에 발목이 잡혔다. 자신이 응원하는 출연자에게 기꺼이 한 표를 던졌던 ‘국민 프로듀서’의 팬심을 악용한 대가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오전 안 PD와 김 CP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프로듀스X101’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조작해 특정 후보자에게 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제작사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두 사람과 특정 기획사가 순위 조작에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태가 불거진 후 휴대전화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심지어 안 PD와 김 CP는 오디션에 참가한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들 사이에 서울 강남 유흥업소 접대 등 모종의 대가가 오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는 배임수재 혐의도 함께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에 연루된 기획사가 투표 조작으로 이익을 본 출연자와 관련된 곳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프로듀스101' 시리즈 포스터. 엠넷

두 사람이 만든 오디션 프로그램의 부흥은 2009년 ‘슈퍼스타K’ 시즌1이 큰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인물이 바로 김 CP다. 이듬해와 2011년, 시즌2·3을 연달아 히트시키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는 이후에도 ‘댄싱9’ ‘칠전팔기 구해라’ ‘골든탬버린’ 등 다양한 엠넷표 예능을 만들어냈다. 연차가 쌓인 후에는 책임프로듀서로서 총지휘관 역할을 해왔다.

안 PD는 10년간의 조연출 생활을 마치고 2010년 메인 PD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김 CP가 연출한 ‘슈퍼스타K’ 시즌2를 통해서였다. 2016년에는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시작하며 엠넷 대표 PD로 활약했다. ‘악마의 편집’ ‘피디픽’(PD Pick) 논란이 따라붙기도 했으나, 그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들은 ‘자극’과 ‘화제성’에 힘입어 곧잘 성공했다.

앞서 이번 의혹은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마지막 생방송 경연에서 높은 순위로 데뷔가 유력했던 연습생들이 탈락하면서 제기됐다. 특히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특정 숫자의 배수로 설명된다는 분석이 나오자 논란은 더 거세졌다. 엠넷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시청자들도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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