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음도 싱숭생숭하고 잠도 안 오네요. 남은 시간 동안 무슨 공부를 해야 할까요?”

서울대 인문계열 황종현씨(사진 왼쪽)와 서울대 의예과 이진형씨. 최민석 기자

오는 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입시 커뮤니티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에는 수험생들의 고민글이 올라왔다. 마음이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거나, 남은 일주일 동안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도시락 반찬은 무엇을 싸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수능 일주일 전에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학부모, 교사들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고3 수험생을 둔 일산의 50대 학부모 이모씨는 “아이가 책상에서 공부를 하긴 하는데 맞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능에 정답이 있듯이, 수능 일주일 전에도 무엇을 해야 한다는 모범 답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수능 고수’를 수소문한 끝에 지난 3일 서울대학교 19학번 이진형(자연계열), 황종현(인문계열)씨와 인터뷰를 가졌다. 두 사람은 집에서 가득 적어온 메모장을 쑥쓰러운 듯 꺼내며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게 민망하고 부담스러워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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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자연계열) “안녕하세요. 저는 19학번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재학 중인 이진형(25·남)입니다.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서 전과목 만점을 받았고 정시전형으로 입학했습니다. 저는 원래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를 다니다가 공익 기간에 새로운 시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연계열로 수능을 다시 치르게 됐습니다.”

(인문계열) “안녕하세요. 저는 19학번 서울대학교 인문계열에 재학 중인 황종현(21·남)입니다.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 수학, 탐구(사회문화, 생활과윤리), 한국사 1등급, 영어는 2등급을 받았습니다. 저는 고2 때까지 미술과 이과를 병행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3 때 문과로 전향했어요. 2018년 수능에서 결과가 좋지 않아 재수를 했고 2019년에 정시로 입학했습니다.”


-수능 일주일 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자연) “단기간에 독해력과 문제 풀이 능력을 높이는 건 쉽지 않으니까 벼락치기가 가능한 것들을 병행하는 게 좋아요. 국어는 문법 개념을 다시 한번 훑거나 EBS 연계지문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예를 들어 소설 같은 경우는 내용, 등장인물, 주제 등을 파악하고 고전시, 고전문학은 고어를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죠. 현대시도 주제, 쓰이는 표현법들을 미리미리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영어 역시 EBS 연계 교재 지문과 단어 암기에 집중하는 게 좋아요. 수학, 탐구(지구과학1, 물리2)는 실전 모의고사를 풀면서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나는 계수를 빼먹는구나’ ‘G랑 8 글씨체를 헷갈리는구나’ 등 사소하지만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나만이 가지는 실수, 습관 등을 메모했어요. 수능 당일에도 10분 밖에 없는 쉬는 시간을 개념을 보는 데 쓰기 보다는 실수 노트를 보면서 조심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요.”

(인문) “수능 일주일 전에 기출문제를 봤어요. 수능 2주 전부터는 재수학원에서 주는 다른 건 안 풀고, 기출만 계속 풀었습니다. 기출은 수능 1년 내내 10년 치를 풀긴 했는데 일주일 동안은 3년치 평가원 기출 문제를 다시 풀었어요. 국어는 정리해 놓은 것 중 부족한 문법 개념을 훑어보고 비문학, 문학은 계속 문제를 풀면서 속도를 늘려갔어요. 수학은 수능 일주일 전에 갑자기 능력이 올라가지 않으니까 계속 문제를 풀면서 감각을 유지했어요. 영어의 경우, 기출문제도 풀면서 단어암기에 집중했고요. 탐구는 수능특강, 수능완성에서 중요한 개념을 다시 훑어봤습니다. 특히 문제집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형광펜을 표시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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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전날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자연) “수능은 컨디션 관리가 중요해서 전날에는 오히려 공부시간을 줄였어요. 갑자기 벼락치기를 한다고 해서 유의미하게 성적 오르는 것도 아니니까 필요한 부분, 부족했던 부분, 마지막으로 봐야 하는 것들을 점검했어요. 1년 동안 공부해온 것을 믿고 수능 날 최상의 상태를 내겠다는 마음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수능 보러 갔습니다.”

(인문) “저는 재수학원을 다녀서 아침 7시에 일어났어요. 밥먹고 8시까지 학원 도착한 후에 오후 4시30분까지 수능 스케줄대로 기출을 풀었어요. 그리고 조금 쉬다가 오후 6시쯤부터 틀린 것을 오답 정리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수능 일주일 전에는 요일별로 과목을 정해서 다시 훑어봤어요. 예를 들어 월요일은 국어, 수학, 화요일은 수학, 영어, 이런식으로요. 지루하다 싶을 때는 한국사 인강을 틀어 놓고 들었습니다. 10시에 학원 끝나고 집에 오면 바로 잤어요. 수능 바로 전날에도 일찍 푹 잤습니다. 학원 선생님께서 상추를 많이 먹으면 잠이 잘온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상추에 고기를 잔뜩 싸서 먹었어요. 또 반신욕을 하면 잠이 잘온다고 해서 따듯한 물로 샤워도 했어요.


-큰 시험을 앞두고 자신만의 멘탈 관리법이 있나요

(자연) “단단한 멘탈을 위해선 근거 있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량도 쌓였고, 모의고사 성적도 쭉 오르는 추세였어서 그런 근거를 통해 자신감을 길렀어요. 각자 자신만의 장점들을 생각해보고 그런 것들이 수능날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수능날 국어 시험을 보고 나니까 그동안 내가 무수히 치렀던 모의고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걸 느꼈어요. 유형이나, 풀이방식, 범위, 내가 그동안 짜온 루틴과도 모두 일치했으니까요. 그냥 ‘하나의 모의고사에 불과하다’ ‘성적이 잘 나오면 좋은 모의고사다’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만약에 청심환을 먹을거면 수능 전에 미리미리 먹어보고 나한테 잘 맞는지 실험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수능 당일날 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인문) “저만의 의식같은 건데 저는 모의고사 전날에 전년도 모의고사를 풀었어요. 9월 모의고사 전날에는 전년도 9월 모의고사를, 수능 전날에는 전년도 수능 시험지를 푸는 식으로요. 전날 문제를 풀고 가면 준비됐다는 마음이 생겨서 정신적으로 단단해지더라구요. 또 수능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겨도 너무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에 수능을 보는 상상을 했어요. 사실 수능 당일날에는 긴장도 됐는데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으니까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수능 당일날 챙겨야하는 필수템이 있다면

(자연) “저는 수능 일주일 전부터 미리미리 준비물을 적어놨어요. 시계, 원래 쓰던 샤프심, 화이트, 양치세트, 도시락, 간식 등을 챙겼어요. 도시락은 평소에 먹던 걸로 밥과 반찬을 싸갔어요. 수능 당일날 뭔가 처음으로 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갑작스럽게 새로운 걸 준비했다가 변수가 생기는 경우도 있잖아요. 옷도 평소 공부할 때 입었던 복장으로 고사장에 갔어요. 히터를 얼마나 틀어줄지 모르니까 얇은 옷을 여러개 입고 맨 위에 패딩을 입는게 좋을 거에요.”

(인문) “저는 평소에 물을 많이 마셔서 물을 두 통 챙겨갔어요. 따듯한 물도 보온병에 준비했구요. 초콜릿이 집중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에너지바, 호올스 사탕도 챙겼어요. 옷 같은 경우에는 교복이 편해서 졸업을 했는데도 교복을 입고 갔어요. 지퍼가 달린, 입고 벗기 쉬운 옷을 추천해요.”



-수능날, 문제를 풀 때 과목별로 유의할 점은

(자연) “국어는 첫 과목인만큼 전체 시험의 기세, 컨디션 등을 좌우해요. 대부분 잘봐야한다는 욕심을 때문에 평소 안하던 행동들을 하게 되는데 평소에 풀던 대로, 읽던대로 시험을 보는게 중요합니다. 수학은 검토가 정말 중요해요. 저는 세 문제를 남겨놓고 검토를 한 뒤에 마킹을 했어요. 그 이후에 나머지 세 문제를 풀었습니다. 영어는 EBS 연계 지문만 잘봐도 첫문장에서 잘 풀리는 경우가 있어요. EBS 지문을 꼼꼼이 보면 좋겠고, 단어도 중요하구요. 영어 듣기 시간에는 점심 먹고 긴장이 풀려서 문제를 놓치기 쉬운데 쉬운 문제에서 틀리면 어려운 독해 문제에서 부담감이 생길 수 있으니까 쉬운 문제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탐구는 마지막에 보는 과목인만큼 긴장이 풀려서 몇 문제 놓치고 실수하기 쉬워요. 탐구만큼 등급컷이 따닥따닥 붙어있는게 없고 1~2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것, 옳고 틀린 것 등 선지나 발문에 의식적으로 유의하면서 푸는게 중요해요. 또 몇 문제가 안풀리면 시험을 망쳤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 시험 전체를 놓아버리는 사람이 있어요. 안풀릴 때는 그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뒤에 풀 수 있는 문제들 먼저 접근하는게 좋아요. 점수 측면이나 멘탈관리에서 이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에요.”

(인문) “국어에서 헷갈리거나 모르는 문제는 빨리빨리 넘기고 다음 문제를 푸는게 중요해요. 영어는 제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는데, 영어 듣기 후에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전략을 짜보세요. 15번까지는 몇 분안에 풀겠다, 30분 안에는 얼마나 문제를 풀겠다 등 미리미리 계산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면 시간 관리에 용이해요. 사회탐구는 말이 헷갈리게 나와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꼼꼼하게 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수능 날 쉬는시간, 점심시간은 어떻게 보냈나요

(자연) “과목이 끝날때마다 전 과목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요. 물론 불안하고 걱정이 되죠. 하지만 OMR카드를 제출하면 이미 제 손을 떠난 영역이니까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은 사실 필요없는 걱정일 뿐이에요. 미련을 버리고 다음 과목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쉬는 시간에는 실수 노트를 보고 헷갈렸던 개념들, 벼락치기 가능한 것들을 봤어요. 또 주변에서 답을 맞춰볼거예요. 그런 것에 절대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점심 시간에는 도시락을 먹고 운동장을 산책했어요. 소화도 시키고 바람도 쐬면서 기분전환을 했습니다.”

(인문) “아침에 장이 활발한 편인데 수능 시험장 화장실을 갔더니 너무 별로더라구요. 그래서 쉬는시간에 참는 데 집중했어요. 하하. 오히려 긴장은 풀렸던 것 같아요.”

-수능이 끝났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자연) “요즘엔 인강사이트에 정답을 입력하면 바로 채점결과를 알려줘요. 그래서 핸드폰을 받자마자 바로 국어, 수학을 채점했어요. 교문 밖에 나갔는데 엄마, 아빠가 기다리고 계셔서 꼭 안아드렸어요. 늦은 나이에 진로를 바꾸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끝까지 지지해주신 것에 감사했거든요. 부모님과 식사를 한 뒤에 친구들 만나서 술을 마시며 탐구 과목까지 채점했어요. 전과목 만점이라는게 놀랍기도 하면서 굉장히 기뻤어요.”

(인문)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서 일단 인생의 큰 사건을 끝낸 게 너무 좋았어요. 집에서 국어, 수학을 채점했는데 생각보다 괜찮게 나와서 안도했던 기억이 나요. 저녁엔 친구들과 치킨집에서 치킨을 먹었어요. 수능 끝난 날은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다 들어갔어요.”

-마지막으로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자연) “수능의 난이도를 예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년 수능 때는 국어 과목이 꽤나 어려워서 평소에 연습했던 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았던 이유는 제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에요. ‘쉽게 나온다, 어렵게 나온다’ 예측하지 말고 주어진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요. 열흘도 안남은 시간동안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 쌓아왔던 것들을 충분히 믿고 시험에 임해 행복한, 합당한 결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인문) “수능을 보러 가면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어요. 문제가 쉽다면 너무 자만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풀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어렵게 느껴진다면 ‘내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들도 다 어려울거야’라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풀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너무 고생했고 앞으로는 즐거운 일이 많을테니까 후회없는 수능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yulli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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