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미국에 사는 한 말기암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했다고 밝힌 내용. 월드빌리지 매거진TV 캡처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도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의 암 치료 효능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가 밝혔던 의견과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7일 “펜벤다졸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이 승인된 약품”이라며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근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이라고 말했다. 앞서 식약처와 대한암학회가 밝힌 의견과 동일하다.

펜벤다졸은 최근 미국에서 한 말기암 환자가 이 성분이 포함된 구충제를 복용한 후 완치됐다는 영상을 올린 뒤 암 환자들 사이에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펜벤다졸은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라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복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고, 또 고용량인 탓에 장기간 투여했을 때 혈액이나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또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며 “미국 사례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해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투여받으면서 자의로 펜벤다졸과 함께 기타 보충제를 복용했기 때문에 펜벤다졸이 치료 효과를 낸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은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며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하고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한편 암 환자들은 펜벤다졸을 삶의 마지막 기로에서 선택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펜벤다졸 복용 자제를 권고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난 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펜벤다졸 암치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을 정부차원에서 진행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청원은 시작한지 3일이 지난 이날 오후를 기준으로 2500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현재 수많은 암환자들이 병원에서 암치료를 하면서 사투하고 있다”며 “이럴 때 펜벤다졸이 강아지 구충제이고 임상실험이 암을 대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하여 판매 금지되고 심지어 수입 금지되는 현 상황에서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사용을 불허하는 오직 단 한 가지 이유는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임상실험을 진행해달라. 수많은 암환자들이 임상실험에 동참할 것이다. 자본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세금을 써달라”고 주장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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