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안보 분야 고위 관리들이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를 해제토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회의를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황된 구상을 단념케 하는 데 정신이 팔려 우크라이나 사안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했다는 내부자 고발이 나오면서 의회 차원의 탄핵 조사가 열리고 말았다.

빌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의회 비공개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7월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 지시 이후 행정부 내부 움직임을 증언했다고 CNN과 가디언이 6일 발언록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외교안보 부처들은 범정부 협의를 갖고 군사원조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어 우크라이나를 시급히 지원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회의는 지난 9월까지도 열리지 않았다. 국가안보회의(NSC) 구성원인 이들이 해외순방 등 다른 현안에 치여 시간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돌리기 위한 회의가 반드시 열려야 했다”며 “하지만 일정을 잡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계획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그린란드 매입 의향을 밝혔지만 덴마크 정부는 협상에 응할 뜻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며 해프닝으로 끝난 바 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예정돼 있었던 덴마크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그 시기쯤 그린란드 매입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 때문에 NSC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했다”고 밝혔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그러면서 군사원조를 지렛대로 삼아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토록 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였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밝혔다.

당시 청문회를 주재한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그린란드 때문에 우크라이나 관련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는 증언에 대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충격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시프 위원장에게 동의를 표하며 “이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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