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일본 측에서 “한·일 정상의 면담 사진은 한국 측이 무단 촬영해 공개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한·일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내외적인 관계개선 메시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주장이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8일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청와대가 발표한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면담 사진은 한국 측이 무단으로 촬영해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친(親) 아베 성향의 극우 신문으로, 지난 7월 1일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 발표 전날 같은 내용을 먼저 보도하는 등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대기실에서 만나 약 10~11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청와대는 관련 내용과 함께 당시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지만 일본 외무성은 ‘정식회담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홈페이지에 사진 등은 게재하지 않았다.

산케이는 한국 측이 양 정상의 접촉부터 사진촬영 및 신속한 공표까지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한 소식통은 “총리는 대기실에 있던 10명의 정상과 차례로 악수하고 마지막이 문 대통령이었다”며 “마지막에 있는 문 대통령이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에 총리가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케이는 “일본은 한·일 정상의 대화에 사전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사진 촬영은 더욱 (준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회의에서 아베 총리를 수행했다는 한 일본 소식통은 “대기실에 입실 가능한 건 각국 정상과 통역뿐”이었다며 사진이 촬영된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문 대통령, 아베 총리, 각각 영어통역 등 입장 가능한 사람 총 4명이 모두 담겼기 때문에 제3의 인물이 현장에 있었다는 주장이다. 산케이는 한·일 외교 소식통을 통해 “한국의 정의용 국가안전보장이 촬영했다”고 전했다.

산케이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판결로 야기된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을 시정하지 않고 한·일관계를 개선시키고 싶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정상 간의 대화를 보여주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일본 정부는 용의주도한 한국 측에 불신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는 “신의칙에 반한다”며 분노했다고도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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