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김치, 김 등 밑반찬에서부터 찜에 이르기까지 반찬 품목 판매가 늘고 있다. ‘모디슈머’ 소비자들의 ‘식료품 창고’처럼 쓰이던 편의점이 이제는 반찬가게 역할까지 하게 됐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빠르고 조리할 여유가 생긴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편의점 CU는 최근 자사 반찬류 매출이 지난해 72.3% 급증했다고 8일 밝혔다. 반찬류 매출 증가율은 2015년 2.4%, 2016년 8.0%, 2017년 13.1%로 비교적 낮았지만, 지난해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급격히 올랐다. 올해도 40.1%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CU는 김, 김치, 밑반찬, 메인 반찬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120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상품의 수도 3년 전보다 약 25% 늘었다.

찜과 탕 등 비교적 조리하기 어려운 반찬들도 판매되고 있다. CU는 탤런트 김수미를 모델로 내세워 돼지갈비찜, 닭볶음탕 반찬을 출시했다. 출시를 기념해 오는 17일까지 해당 제품을 구매하면 즉석밥을 무료로 증정한다.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안주보다 반찬으로 구매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도 지난달 쿠캣김치삼겹꽃찜을 출시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기 까다로운 쿠캣김치삼겹꽃찜은 출시 직후 GS25의 요리·반찬 분류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입소문이 돌면서 매장에 직접 주문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생겼다고 GS25는 밝혔다.

편의점은 도시락 등 간편식품이나 즉석식품 수요가 압도적으로 높은 업종이다. 재료를 구매하는 곳이라기보다 완제품을 사서 간편하게 먹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러다 최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기성제품들을 조합해 새로운 조리법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소비행태가 나타났다. 스트링치즈와 불닭볶음면을 섞어 먹고 재미를 본 소비자들은 편의점을 거대한 식료품 창고처럼 쓰기 시작했다.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편의점은 또 한 번 변화를 맞았다. CU관계자는 “지금까지 편의점은 주로 도시락 등 간편식품이나 즉석식품들에 대한 수요가 높았으나 간편함을 추구하는 1인 가구가 급증했다”며 “주 52시간 근무제의 확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자리 잡으면서 최근 반찬류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신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체가 다양한 가정간편식(HMR)을 끝없이 출시한 것도 반찬 매출 상승에 영향을 줬다.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HMR을 구매하면서 이를 반찬으로 먹는 것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같은 닭도리탕도 안주 목적으로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밥과 함께 함께 먹는 일이 늘면서 ‘편의점 반찬’ 품목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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