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강원도 홍천에서 골프 치는 모습이 포착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8번째 재판이 11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지난 3월 이후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전씨는 이번 재판에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법정 출석을 잇따라 거부한 전씨에 대해 강제구인장을 발부해 재판에 나오도록 한 바 있다.
광주지법은 이날 오후 2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육군 1항공여단장 송진원 전 준장, 506항공대대장 김모 중령 등 지휘관 2명과 부조종사 2명 등이 피고인 전씨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전씨 측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당시 광주에 투입된 육군 항공대 소속 5명을 증인 신청했으나 4명만 출석했다.
송 전 여단장과 김 전 대대장은 1980년 5월22일 광주에 실탄을 실은 헬기가 출동했지만 사격은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요지의 진술을 했다. 송 전 여단장은 “헬기가 위협비행을 하기 위해 추진 각도를 급히 변경해 속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땅땅땅땅 소리가 크게 나는 데 일반 시민은 총격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중령도 “당시 조종석 뒤에 실탄 박스를 싣고 500MD 헬기를 광주에 투입했으나 실제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지난 9월 2일 법정에 선 당시 31항공단 본부 하사 최종호씨는 “1980년 5월 광주에 출격한 무장 헬기의 탄약 일부가 비어 있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재판에 앞서 5·18기념재단과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원 등 20여명은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과 함께 ‘전두환은 5·18영령 앞에 사죄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재판 불출석을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다. 이들은 ‘광주학살 책임자 전두환의 국민우롱과 법정 모독은 구속재판으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낭독한 뒤 전씨의 법정 구속을 촉구했다. 5·18기념재단 등은 성명에서 “국민과 역사를 보란 듯이 우롱하는 전씨의 후안무치한 작태는 명백한 법정모독”이라며 “담당 재판부는 즉시 전씨를 강제 구인해 구속시킨 후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996년 12월 전씨의 내란목적 및 내란목적살인의 죄를 인정한 당시 고법이 ‘항장불살’, 즉 항복한 장수는 죽이지 않는 법이라는 논리로 사형에서 무기로 형을 낮춰줬지만 전씨는 항복한 장수가 아니라 자신의 명백한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왜곡에 앞장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씨가 최소한의 양심을 포기한 만큼 법치의 엄정함으로 전씨에게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은 “전씨가 재판에 못 나올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강제 구인을 해서라도 재판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게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死者)명예훼손)를 받고 있다. 재판부에 알츠하이머 진단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아온 전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골프를 즐기는 동영상이 공개됐지만 법원이 불출석 허가서를 취소하지 않으면 전씨는 향후 최종 선고공판에만 한번 더 출석하면 된다. 전씨 측 정 변호사는 “방어권 보장에 지장이 없으면 법원이 피고인의 불출석을 허가할 수 있다고 법률에 규정돼 있다”며 “알츠하이머로 불출석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다. 핵심쟁점은 1980년 당시 헬기사격 여부이지 피고인 출석은 지엽적 문제”라고 말했다. 전씨 측 대변인격인 민정기 전 비서관도 “알츠하이머는 신체 기능보다 인지기능에 영향을 주는 질환으로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져서 법정에 나가지 않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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