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받던 아이돌그룹의 멤버이자 재일 한국인 4세인 권리세의 죽음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당시 사고를 목격한 멤버의 아픈 기억이 방송에 나왔기 때문이다.

11일 오후 방송된 채널A 신개념 침묵 예능 ‘아이콘택트’에서는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세 멤버 애슐리, 주니, 소정이 출연했다. 애슐리와 주니는 동생인 소정이 사고 날짜와 생일 날짜가 겹쳐 그동안 했을 마음고생에 대해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고, 소정은 사고를 직접 목격한 나머지 멤버를 되레 걱정했다. 소정은 사고 차량에 동승했지만 기절해 당시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했다.

애슐리는 “소정이의 생일날 소정이의 SNS에는 ‘소정아 생일 축하해’라고 달리기도 하지만 ‘은비 기일이다’라는 내용도 바로 달린다”며 “평생 안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이고, 생일날 마음껏 기뻐할 수도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나 소정은 “사고 이후 그 얘기를 서로 한 적이 없다”면서 “애슐리와 주니는 힘든 걸 봤다. 두 사람이 트라우마가 더 심했을 거다. 저는 못 봤지만 두 사람에게는 당시 모습이 사진처럼 남아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주니는 사고를 직접 목격한 기억에 한참 동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도 캡처해놓듯이 그 장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다”며 “퇴원하고 나서까지도 한동안 세수를 못 했다.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떠오르고, 환각과 환청이 들려서 그랬다”고 했다. 이어 “눈을 뜨고 세수하고 불도 다 못 껐다. 조금이라도 빛이 있어야 됐다. 그래서 자는 것도 무서웠다. 눈을 감아야 하는데 눈을 감으면 자꾸 그게 보이고 들리고 하니깐”이라며 힘겨워했다.

소정은 “저는 그날(2014년 9월 교통사고) 이후로 나에게 9월 3일은 ‘그냥 내 생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축하받아야 될 날이 아니니까. 오전엔 언니들(고(故) 고은비, 권리세) 보러 갔다가 저녁에 생일 파티하면 이상하지 않냐”라고 덧붙였다. 또 “생일은 맞는데 은비 언니 사진도 올라오고 추모의 글들이 달리고, 저한테는 생일 축하 메시지가 그런거 자체가 너무 힘들다”며 “그 주간이 힘들다. 뭔가를 하기가 힘들고 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있고. 생일은 슬픈 날”이라고 했다. 소정은 특히 사고가 났던 당일 휴게소에서 멤버들이 깜짝 파티를 해줬던 일을 떠올리며 힘들어했다.

애슐리와 주니는 소정에게 생일을 마음껏 기뻐하자며 손을 내밀었지만, 소정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서
두 사람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나 세 멤버는 “그날에 대해 얘기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서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레이디스코드는 2014년 9월 3일 지방 스케줄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고은비는 사고 당일 숨졌고, 권리세는 나흘 뒤 사망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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