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 조사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백악관 핵심 참모들이 내분을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팻 시폴로니 백악관 법률고문이 행정부 관리들의 청문회 출석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폴로니 고문은 멀베이니 대행이 불필요하게 기자회견을 자청해 일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멀베이니 대행은 민주당 주도의 하원 탄핵 절차에 응하지 말라고 행정부 관리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멀베이니 대행의 측근들이 장악한 백악관 예산국은 이 지시에 순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무부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실 소속 인사까지 지시를 어기고 청문회에 출석하자 멀베이니 대행은 시폴로니 고문에게 책임을 돌렸다고 한다. 시폴로니 고문이 행정부 관리들의 출석을 막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폴로니 고문도 멀베이니 대행에게 불만이 많다. 특히 시폴로니 고문은 멀베이니 대행의 지난달 17일 기자회견 발언에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멀베이니 대행은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대가성(quid pro quo)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익명의 트럼프 대통령 측근에 따르면 시폴로니 고문은 기자회견 개최에 반대한다는 뜻을 멀베이니 대행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멀베이니 대행 측은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은 전혀 없으며 도리어 기자회견 준비 절차를 도왔다고 반박했다.

멀베이니 대행과 시폴로니 고문 모두 탄핵 공세에 맞서 백악관을 이끌어가기에는 경험이 부족한 인물들이라고 WP는 평가했다. 백악관이 그동안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지리멸렬하게 대응해온 데는 두 사람 사이의 불화도 한몫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탄핵 관련 청문회가 13일 공개 방식으로 전환되면 백악관 내부 난맥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충성파’로 알려진 백악관 예산국 내부에서도 동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예산국이 갈수록 정치색을 띠고 있다는 우려가 직업공무원 출신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몇몇 예산국 직원들은 지난해 사표를 제출했으며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한창 벌어지던 올해 여름에도 1명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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