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 서울 본부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집회 참석 및 불참금 납부에 반대하는 서명을 한 노조원들을 징계위원회에 넘기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회에 불참하는 노조원에게 벌금을 걷는 민주노총 소속 공공기관의 관행이 문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건보노조 측의 방침은 내부 반발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건보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서울 본부 지침 3호’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건보노조 서울 본부 쟁의대책위원장’ 명의로 게시된 이 글에는 “서울 본부 지부장은 11월 9일 집회 반대 서명지를 취합해 서울 본부에 제출한다” “중앙의 집회 지침에 반대해 서명한 조합원은 쟁의 중 지침 위반으로 서울 본부 징계위에 회부한다” 등의 내용이 있었다. 해당 글은 건보노조 구성원이라는 인증을 받아야만 열람할 수 있다.

같은 날 건보공단 직원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공지에 대한 설명이 올라왔다. 익명의 한 직원은 “서울 본부 지사에서 자체적으로 집회 참석과 불참금 납부 반대 등이 골자인 서명 운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참여한 노조원을 대상으로 징계위를 열겠다는 것”이라며 “노조는 완전히 신망을 잃었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 “사회주의 아닌가” 등의 댓글이 달렸다.

건보노조 측은 중앙의 지침을 조직적으로 반대하는 일은 용인될 수 없으며 집회 참가 및 불참금 납부 반대 서명에 참여한 노조원들이 먼저 잘못했다는 입장이다. 건보노조 서울 본부 관계자는 12일 “어느 노동조합이든 중앙 지침은 따라야 한다”며 “개인 사정으로 집회에 불참할 순 있어도 쟁의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집회 자체에 반대하는 행위는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집회 불참금 납부 논란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사회적 의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일부 노조원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집회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된 노조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현 건보노조 규약에 따르면 노조 위원장이나 본부장 등은 ‘조합의 결의사항 및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자’ ‘조합의 정당한 지시·지침에 반하여 집단행동으로 방해한 자’ ‘조합의 기강을 문란케 하거나 단결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자’ 등에게 징계 의결을 요구할 수 있다. 징계 유형으로는 부과금 5만·10만원, 경고,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권리 정지, 제명 등이 있다.

건보노조 서울 본부의 징계위 회부 방침은 노조원들이 집회 불참자에게 벌금을 걷는 관행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데도 더 엄격하게 제재하겠다는 것인 만큼 내부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건보노조는 지난 9월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 집회에서 1인당 3만~5만원가량의 불참비를 걷었다(국민일보 10월 9일자 15면 참고). 지난 9일 ‘2019 전국노동자대회’에도 집회 불참비를 내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의 일부 지회도 집회 불참비를 걷었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국민연금지부 관계자는 “지부 차원에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