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더 많은 돈 내야 한다는 데 동의”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
“한·일 지소미아 없다면, ‘잘못된 메시지’ 위험”
“전작권 전환은 시간 아닌 조건에 기초한 것”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2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진행된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평택=공동취재단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그 돈(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에게 바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12일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인 험프리스에서 진행된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가 ‘한국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취임 1주년에 즈음한 이번 인터뷰는 주한미군 측 요청으로 이뤄졌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이 어떤 명목으로 사용되는지를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이 돈이 결국 한국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으로 인한 자금의 가장 큰 수혜자(beneficiary)”라고 말한 뒤 “그것은 미국 정부에 고용된 한국인 9200명에게 (급여를) 지불한다. 한국 고용인들의 봉급 약 75%가 SMA 자금에 의해 지급된다”고 말했다.

한국 고용인들에 대한 급여는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한국인 근로자를 위한 인건비를 가리키는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중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한국 정부의 인건비 분담률은 기존 70%에서 5% 포인트 가량 높아진 수준에 불과하다. 방위비 분담금에서 군사건설이나 군수지원 명목으로 들어가는 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토지임대료와 세금 면제를 비롯한 간접 지원금까지 감안하면 한국인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국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건설 자금은 주한미군의 더 나은 준비태세를 위한 플랫폼 제공에 필요한 새로운 시설을 만들거나 기존의 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인다”고 부연했다. 또 “분명히 말하건대, 그 돈(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경제와 한국 국민들에게 바로 되돌아갈 것”이라며 “나한테 (그 돈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자신의 손을 가로젓는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진행 중인 협상에 대해 코멘트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구체적인 협상 상황을 설명하지는 않았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12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평택=공동취재단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일 군사정보공유협정(GSOMIA·지소미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정보공유협정의 기본 원칙은 한·일 양국이 어쩌면 역사적인 차이(historical differences)를 뒤로하고 지역의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하면서 더욱 강하게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정보공유협정이 없다면 우리는 그만큼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내보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잘못된 메시지’ 언급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9월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일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어느 국가가 기뻐할 것 같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 장관의 이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답변이라고 느꼈다. 그 이유를 함부로 재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잘못된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 “시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조건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중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2년 5월 이전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우리는 많은 진전을 작년에 이뤘는데 이는 그 이전 3년보다 더 많은 진전”이라며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은 2014년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합의된 것이다.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은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군사능력을 확보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초기 필수 대응능력을 구비하고, 미국은 확장억제 수단 및 전략자산을 제공·운용하며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이 관리되는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오른쪽)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지난 9월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에 참석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악수를 나누는 장면. 연합뉴스

미국 측이 ‘동맹 위기관리 합의 각서’에 ‘미국 유사시’라는 문구를 추가하는 방안을 지난달 한국 측에 제시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위기관리 합의 각서가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확대(적용)된다는 것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의 미국 안전에 위협을 주는 상황에까지 한·미 군이 공동 대응하도록 하는 근거를 만들려고 위기관리 문서를 고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일축한 것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문서 내용)이 어떻게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느냐는 것”이라며 “위기관리 합의 각서는 기밀문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한·미)는 이 문서의 다음 버전에 대한 실무 단계 논의를 하고 있다”며 “누군가 기밀문서의 일부를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 생각은 큰 문제”라고도 했다. 관련 보도 내용을 “사실무근(zero truth)”이라고 일축하면서 “가끔 발생하는 오해나 번역 오류도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5월 시작된 북한의 신형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한반도에서 지속됐던 긴장완화(detente) 분위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외교관들이 계속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김경택 기자, 평택=공동취재단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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