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의 한 종합병원 탈의실에 설치됐던 몰래카메라(몰카)로 피해자 중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의 피의자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피의자는 탈의실이 남녀 구분이 되어있지 않았던 점을 이용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촬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2단독 설승원 판사는 13일 종합병원에서 몰래카메라를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A씨(38)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에게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3년간 아동·청소년,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도 내려졌다.

A씨는 지난달 순천의 한 종합병원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여직원들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구속됐다. 남녀 공용인 탈의실에 드나들며 책장 사이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A씨는 병원 탈의실에서만 불법 촬영을 했던 것이 아니었다. 애초 A씨는 지난 7월 마트에서 ‘누가 몰래카메라를 찍는 것 같다’고 신고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적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A씨를 풀어준 뒤에도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해 병원 탈의실에서 몰래 촬영했던 사진들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병원 내 피해 여성은 모두 4명이었으며, 피해 여성 가운데 한 명인 B씨는 지난 9월 24일 집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의 유족들은 몰카 사건 이후 B씨가 악몽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B씨의 아버지는 “가해자가 경찰에 체포돼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마주쳐 그 때 받은 트라우마가 엄청났다”며 “딸이 내년 1월 결혼 날짜도 잡았는데 병원에서 데리고 나오지 못해 억장이 무너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이에 설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해자 가운데 1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유족과 다른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과 A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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