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향해 울음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위안부의 역사를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 일본은 방해하지 말고 협조하라”고 했다.

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응TF’와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첫 재판을 1시간여 앞두고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에는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중 이 할머니와 이옥선, 길원옥 할머니가 참석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역사의 산증인 이용수입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 할머니는 “일본은 소녀상이 무서우면 사죄를 해야 한다”며 “커가는 학생들, 세계의 학생들에게도 이 역사를 공부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올바른 역사를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옥선 할머니도 떨리는 목소리로 “일본은 철모르는 아이들 데려다 못 쓰게 만들었으면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반드시 등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결연한 목소리로 “일본은 유네스코 등재를 꼭 협조하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유네스코는 2017년 10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보류하고 한국과 일본간 대화를 통한 합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불응하면서 2년 넘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고 곽예남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1명은 3년 전인 2016년 12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자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은 3년만에 첫 재판이 열린 날이다. 이상희 변호사는 2억원에 대해 “고통을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청구를 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원고 1명은 2017년 1월 소를 취하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국 법원이 송달한 소장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재판 절차를 지연시켜왔다.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 송달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한 헤이그협약을 근거로 한 대응이었다.

이에 법원은 상대방이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 등에 게재한 뒤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절차를 진행했다. 소장이 송달된 효력은 지난 5월 9일 발생했다. 그러자 일본 정부는 5월 21일 소송이 국제법상 ‘주권면제’ 원칙에 의해 각하돼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한 주권국가에 대해 타국이 자국의 국내법으로 민·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재판은 이날 첫 변론을 시작으로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석동) 심리로 진행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가 1932~1945년 일본군 위안소의 운영을 지휘·감독했던 만큼 소송을 통해 피해자들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민변 측은 “피해자들이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끝자락에서 소송을 한 이유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를 확인하고 역사에 기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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