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투자자들이 올해 초 대전 유성구 도안 신도시 일대 매물을 둘러보고 있다. 리더격인 부동산 전문가가 지시봉으로 매물을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손에는 지도가 들려있다. 대전의 부동산 관계자들은 "외지인들이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매물을 가져갔고, 그런 곳은 집값이 반드시 올랐다"고 말했다.


요즘 대전 집값은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달 대전 집값은 전월 대비 1.22% 올랐다. 전국 광역시·도 중 상승률이 1%를 넘은 유일한 지역이다. 집값은 2016년 후반부터 서서히 꿈틀댔고,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대전에서 입지 좋기로 유명한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전용면적 164㎡ 매물은 지난달 15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불과 석 달 만에 5억원이 올랐다. 지은 지 26년 된 목련아파트 134㎡는 올 초보다 2억원 올랐다. 도대체 대전 부동산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국민일보는 13일 대전지역 집값 상승 비밀을 풀기 위해 서구지역 ‘대장주’ 아파트라 불리는 둔산동 목련아파트(이하 목련) 1166가구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 했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접촉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외지인들의 집단 매집 실체는 분명했다. 기존 소유자들은 외지인들의 매집에 덩달아 호가를 올렸고, 추격 매수자가 뒤따르며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집값 상승의 패턴이 목격됐다. 정부 부동산 규제의 풍선효과 현상 역시 관측됐다. 투자자들에 의해 튀어오른 집값 부담은 최종적으로 실수요자를 향하고 있었다.

외지인들이 매물을 빨아들였다

“그 사람들이 2~3년 전부터 진공청소기로 쫙 빨아들이듯 매물을 가져갔어요. 그들이 손댄 곳은 반드시 오르더라고요.”
지난 7일 대전에서 만난 여러 공인중개사들은 지역 부동산의 이상 급등 현상을 설명하면서 공통적으로 외지인들의 매집 현상을 언급했다. 이들은 “외지인들이 물건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고 묘사했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한 부동산업자는 “전국 각지에서 부동산 투자자들이 아예 전세버스를 대절해 와서 단체로 임장을 다니곤 했다”고 말했다.

외지인 투자자들은 실수요가 꾸준히 있는 단지를 타깃으로 매물이 나오면 보지도 않고 사들였다고 한다. 갭 투자자들의 거래를 직접 중개한 한 부동산업자는 “외지인들이 갭을 찾아서 이 단지 저 단지 돌아다녔다. 한 단지에서 1주일에 매물 50개 정도가 팔린 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 2~3년 동안 이런 외지 투자자들의 모습은 대전 곳곳에서 여러 차례 목격됐다. 도안신도시 일대에서는 올 초까지도 부동산 쇼핑에 나선 외지 투자자들이 등장했다고 한다.

목련도 타깃이었다. 목련 1166가구 등기부등본상 2000~2015년 이뤄진 거래는 모두 1139건이다. 이 가운데 대전 외 거주지를 두고 있는 외지인 거래는 116건(10.2%)이다. 10건 중 9건은 내지인 거래였던 셈이다. 가격 등락도 거의 없었다.

이런 흐름은 2016년을 기점으로 바뀐다. 이때부터 외지인 매수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 2016년부터 지난 10월까지 전체 거래량 334건 가운데 외지인 거래는 110건으로 32.9%까지 뛰었다. 매수자 3건 중 1건꼴이다. 대전 서구 전체의 외지인 주택 매매도 비슷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5년 10%대였던 서구 외지인 주택 매매 비율은 2016년 1월에 20%를 넘었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11월 31%를 기록했다.


서울, 45세, 평균 보유 497일, 평균차익 ‘1억원’

대전으로 몰려든 외지인들은 누구일까. 2016년 이후 목련을 사들였던 외지인 거주지는 수도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서울에 주소를 둔 외지인 거래가 25건, 경기 외지인 거래가 20건으로 나타났다. 대구(16건), 경북(10건), 충남(9건), 부산(8건), 세종(7건)이 뒤를 이었다.

외지인 평균연령은 45세(공동명의일 경우 연장자 기준)였다. 20, 30대가 33건, 40대가 44건의 물량을 사들였다. 30건은 50세 이상, 3건은 법인이 매수자였다. “주민번호 앞자리가 7자 8자였던 사람들이 떼로 왔다”는 업자들의 말과 일치했다.

이들이 사들인 목련 물량 110건 중 매수자 주소지가 해당 호수와 일치한 건 2건에 불과했다. 전거 등기를 하지 않은 매수자도 많겠지만 전세를 끼고 산 갭 투자자 역시 상당수 존재한다는 의미다. 대전 서구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74%대에서 2017년 연말 80%까지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록상 2017년 12월 목련 전용면적 117㎡(35평) 물량 매매가는 5억2000만원, 전세가는 4억8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92%에 달했다.

이들 중 일부는 매물을 되팔아 이미 수익을 실현했다. 108건 중 31건이다. 짧게는 56일, 길게는 928일 집을 전세 돌리다가 팔았다. 평균 보유일수는 497일이다. 물건을 2년도 채 쥐고 있지 않았던 셈이다. 차익은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2억4000만원까지 났다. 평균 차익은 1억595만원이었다. 지난해 8월 117㎡형 아파트를 구입했던 한 외지인은 76일 만에 집을 되팔아 8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자는 “상승기 초반에 들어온 외지인들은 비교적 물건을 빨리 정리해 ‘7000만원 떼기’를 한 뒤에 대전의 다른 지역이나 아예 다른 지방도시 부동산 쪽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전 부동산 상승세로 아직 물건을 들고 있는 외지인들의 예상 기대 수익 역시 높다. 현재 외지인이 보유한 77건의 물건을 주택담보대출 한도 기준이 되는 KB부동산 시세(상한과 하한의 평균)대로 판다고 가정하면 실현 가능한 차익은 평균 1억9948만원에 달한다. 호가는 시세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목련 117㎡의 KB부동산 시세 평균가는 7억5550만원(지난 4일 기준)이지만, 현재 매물 호가는 9억원까지 나왔다.

그들은 어떻게 ‘재미’ 봤을까

“3억원에 사서 3억원에 전세를 놓으래요. 자기 돈 하나 투자 안 하고 그런 식으로 했어요. 그 사람들은 너무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이 들어가서 부동산 가격을 높이면 실수요자들이 탁 받는 구조가 어디에서든 통한다고.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니는 게 재미있대요.” 외지 투자자들과 거래했다는 부동산 업자는 이렇게 전했다.

이 공인중개사는 “작전 주식과도 같다”고 했다. 주가를 올려 개미 투자자들이 붙기 시작하면 빠지는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단지를 정해 물건을 사들이면서 가격을 올려놓고, 결국 실수요자들이 그 가격을 받으면 털고 나간다”며 “투자자들이 많지도 않은 물건을 나오는 족족 잡아들였다. 집을 보지도 않고 전화로 바로 계약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박모(58)씨는 “어디서 흘러나오는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알고 온다. 그 사람들이 대전 부동산 업자들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되겠다는 분석을 하고 투자를 했겠지만, 동시에 이 사람들이 호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저도 왜 가격이 오르는지를 몰랐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렇게 올라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했다’는 표현을 썼다.


외지인 시기별 1~3진 차례로 진입…여러 채 산 ‘큰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 패턴에 주목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수요가 갑자기 늘거나 일부 물건이 비싼 가격에 거래되면 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이 호가를 올리기 시작한다. 이때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추격매수가 이어지고, 이 현상이 반복되면서 집값은 더 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자들은 이를 1, 2, 3진 하는 형태의 대열 매매라 불렀다. “특급 강사가 ‘여기 별 다섯 개입니다’라고 애기하면 거기 다녀온 사람들이 사고, 그 말을 건네 듣거나 이들의 매매 패턴을 분석한 2진 3진 그룹들이 계속 물밀 듯이 왔다.”(대전의 한 부동산 업자)

목련에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4월 사이 들어온 외지인 중 일부가 1진 그룹일 것으로 추정했다. 117㎡ 거래가격이 4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되던 시점이었다. 둔산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업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1진’이라고 부른다. 저평가된 부동산 투자가치에 가장 먼저 눈을 뜬 사람들”이라며 “보통 1진들이 먼저 투자하고, 그 소문을 들은 2~3진 투자자들이 뒤를 따르면서 집값을 올린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들에 대해 “모험적 투자자라고도 볼 수 있는데, 요즘은 옛날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않고 굉장히 과학적인 분석기법을 사용해 투자처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목련에만 집 여러 채를 한번에 구입한 외지인도 다수 포착됐다. 외지인 4명은 목련에만 2채씩을 구입했고, 3채와 4채를 구입한 외지인도 1명씩 있었다. 6명이 총 15채를 사들인 셈이다. 이들 거래 중 11건이 2016년~2017년 3월 사이 이뤄졌다.

당시는 돈이 풀리기 시작할 때였다.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내리던 한은 기준금리는 2016년 최저점(1.25%)을 찍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중에 풀린 자금들이 투자처를 찾다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그중 일부는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지역 부동산으로 향했다. 인근 세종신도시 영향 등으로 그 이전 10년간 침체기를 겪었던 대전이 물망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지인들은 대전 내 실수요자가 탄탄한 둔산동에 주목했다. 목련은 인근 크로바·한마루아파트와 함께 ‘크·목·한’으로 불린다. 부동산중개업자는 “역세권이고, 학교·학원가가 가까워서 아이를 키우는 대전 내 실수요자들이 찾는 단지”라고 했다.

1진 외지인들이 나와 있던 물량을 매집한 이후 해당 지역 부동산 전체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 물건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런 수요가 늘었다고 판단한 기존 주택 보유자들은 조금씩 호가를 높여 물건을 내놓았다. 이때 물건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후속 외지인이 또다시 이를 매수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집값은 우상향 곡선을 뚜렷이 그렸다. 1진 진입 기간 초반인 2016년 8월 4억원 초반대였던 목련 117㎡는 이듬해 초에 5억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목련에 2진 외지인들이 진입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7월부터로 추정된다. 정부의 8·2 부동산정책 발표를 전후로 부동산 투자자들이 규제를 피해 지방 부동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때 유명 부동산 카페 등에는 이미 대전 부동산 유망 투자처 글들이 자주 등장했고, 여러 스타강사들도 ‘지방에서는 대전을 주목하라’는 투자조언을 내놨었다. 지난해 4월까지 이어진 외지인 매수세에 117㎡ 가격은 5억원을 뚫었고, 2018년 4월 5억7000만원까지 찍었다.

외지인 3진 그룹은 정부가 9·13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부터 목련에 진입했다. 이때 117㎡는 6억원대에 거래되기 시작한다. 외지인이 한번 몰려올 때마다 집값이 1억씩 오른 셈이다. 대전지역 부동산중개업자는 “유명한 강사나 카페 같은 곳에서 특정 지역을 찍고, 그 정보들이 또 알음알음 주변으로 퍼져나가면서 외지 투자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오는 것”이라며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지인 추격전 가세하자 1년마다 1억씩 올라

외지인의 자금력만으로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건 한계가 있다. 가격을 떠받치는 내지인들의 투자수요 움직임을 빼놓고는 현재 대전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2016년 이후 목련에 들어온 내지인 투자에서도 전세를 끼고 산 갭 투자 정황이 여러 건 나타났다. 매수자의 주소지와 일치하지 않는 매매가 154건에 달했다. 시점별로는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9건이었다가 지난해 52건으로 갑자기 늘었다.

둔산동의 한 부동산업자는 “처음에 외지인들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만 해도 대전 사람들은 저게 얼마나 더 오르겠나 관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 2년쯤 계속 가격이 오르는 걸 보더니 지난해부터 투자하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외지인들이 먼저 물량을 쓸어 담으며 가격을 올리고, 내지인들이 뒤따라 추격매수에 들어가면서 가격 상승세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전거 등기가 없는 내지인 대부분(103건)은 둔산동이 있는 대전 서구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다.

문재인정부 초반 잇달아 발표된 부동산 규제정책의 풍선효과와 침체된 산업경기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외지인들의 ‘대전 러시’가 시작되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발표한 시점과 맞물린다. 정부는 2017년 8월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전 지역과 대전 인근인 세종시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규제를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듬해 9월에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규제 강도를 높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서울이나 세종을 규제로 묶다보니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대전 같은 저평가 지역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로 몰리는 부담

과열로 높아진 집값은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투자자들이 올려놓은 집값의 마지막은 결국 그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잡을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오른 집값이 다시 조정기에 들어서게 되면 실수요자들이 그 부담을 다 떠안는 구조”라고 말했다. 지난달 5억원에 거래됐던 117㎡ 전세 호가는 이날 현재 6억원까지 뛰었다.

부동산 전문가 문관식(필명 ‘아기곰’)씨는 “어떤 부동산이든 적정가라는 게 있는 법이고, 그 적정가에서 멈춰야 한다. 그 판단을 못한 채 분위기에 휩쓸려 제일 마지막에 적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사들인 사람은 낮은 가격에 팔 수도 없고 그 집에 완전히 물려버리게 된다”고 했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가격은 꽤 올랐지만 그래도 그 가격이라도 치르고 들어오겠다는 실수요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가격이 더 올라버리니까 실수요자들도 겁이 나서 들어오지 못하겠다고 혀를 내두른다”고 말했다.

둔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제가 중개를 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투기세력들이 들어오면서 올라간 가격은 결국 마지막에 우리 대전 실거주자가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투기세력)은 세금으로 두들겨봐야 번 돈 이내라서 무서워하지도 않더라”고 했다.

이슈&탐사팀=전웅빈 김유나 정현수 김판 임주언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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