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직접 압박한 정황이 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와의 통화에서 수사를 종용한 이튿날 키예프 현지에 출장을 나가있는 미국 고위 외교관과의 통화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직접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정황 증거는 세 건으로 늘어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13일(현지시간) 공개 청문회에서 지난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키예프를 방문한 선들랜드 대사는 한 식당에서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논의한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선들랜드 대사를 수행했던 관리에게서 통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테일러 대리대사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들랜드 대사에게 “수사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측은 (수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선들랜드 대사를 수행했던 관리는 통화가 끝난 이후 선들랜드 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현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밀어붙이는 사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직접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7월 25일 전화통화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지난달 22일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에는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정보를 알게 된 시점이 이달 8일이었기 때문에 비공개 청문회에서는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은 지금까지 두 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3일 우크라이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선들랜드 대사와 커트 볼커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대표 등 인사들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는 루디(줄리아니 전 시장)와 상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직접 종용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자신에게 당시 상황을 알려온 인물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데이비드 홈즈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 정무참사라고 지목했다. 홈즈 참사는 15일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당사자인 선들랜드 대사 측 변호인 로버트 러스킨은 “선들랜드 대사는 다음 주 청문회에서 모든 사안에 대해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들랜드 대사는 오는 20일 공개 청문회 출석이 예정돼 있다.

이날 공개 청문회를 주재한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테일러 대리대사의 증언을 듣고 “탄핵 사유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아무 것도 모른다”며 “금시초문이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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