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몰카범 잡은 육군 권민재 일병(왼쪽)이 안동경찰서로부터 표창장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육군 페이스북 캡쳐

육군 제50보병사단 안동연대 소속 권민재(21) 일병은 지난 4일 저녁 8시쯤 지역수호병 임무를 마치고 잠시 외출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외출한 권 일병의 귀에 여성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습니다. 권 일병은 외침이 들린 곳으로 즉시 달려갔습니다.

여고생이 길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권 일병은 자초지종을 물어봤습니다. 여고생은 “불법촬영 피해를 본 것 같다”며 주변을 급하게 빠져나가고 있는 A(31)씨를 지목했습니다. 권 일병은 주변 사람들에게 신고를 부탁한 뒤 A씨를 쫓았습니다. 결국, A씨는 도주하지 못했습니다.

권 일병은 A씨에게 몰래카메라 촬영 여부를 물어봤습니다. A씨는 촬영 사실을 부인하고 현장을 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권 일병은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며 A씨를 붙잡아 뒀습니다.

A씨는 도주가 늦어지자 권 일병에게 “촬영 영상을 지울 테니 보내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지요. 하지만 권 일병은 A씨의 말에 속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씨의 말을 녹음하는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경찰이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 권 일병은 녹음 파일 등 물증과 함께 A씨를 인계했습니다.

안동경찰서는 지난 12일 A씨를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권 일병에게 표창장을 수여했습니다. 표창 수여 당시 경찰 관계자는 “군인이 한 시민의 절박한 외침에 바로 달려갔고, 피해자를 안심시켜주는 동시에 범인까지 추적하는 큰일을 해냈다”며 “결단이 필요한 일인데, 권 일병이 침착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보였다”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 일병은 “그 자리에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었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표창과 함께 받은 포상금은 안동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기부하겠다”며 더욱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육군은 14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권 일병의 미담을 소개했습니다. 육군은 “권 일병은 ‘A씨를 쫓아가며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성분의 도와달라는 외침에 몸이 먼저 반응하더라’라고 말했다”며 “권 일병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닌, 두렵더라도 지켜야 할 것을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정말 용감하고 멋진 청춘”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