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무 말 대잔치’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하느라 바빠 같은 날 열린 탄핵 조사 관련 공개 청문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트위터에서는 측근들의 청문회 관련 트윗을 연신 리트윗하고 있었다. 터키의 시리아 침공 등 각종 현안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된 사실을 잊은 듯 에르도안 대통령을 낯 뜨겁게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나 회담하기 전 ‘탄핵 청문회를 봤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너무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다. 청문회는 마녀사냥이고 거짓말이다. 내가 바빠서 볼 수가 없으니 관련 보고를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도 오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회의 중이다. (청문회를) 보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청문회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는 의심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화당 의원들과 측근들이 올린 청문회 관련 언급을 무려 20여 차례나 리트윗했다. CNN은 “바빠서 탄핵 청문회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다는 대통령이 어떻게 청문회 증언 관련 리트윗을 할 수 있느냐”며 “복제인간을 만들었거나, 하위직 직원에게 트위터 계정 관리를 맡겼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부적절한 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엄청난 팬(big fan)”이라면서 “최근 들어 미·터키 동맹은 중동 지역뿐 아니라 그 너머에서도 안보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터키의 시리아 침공과 러시아제 S-400 대공미사일 구매 논란 등으로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진 맥락과는 동떨어진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는 쿠르드족과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쿠르드족은 시리아 주둔 미군이 갑작스럽게 철수한 이후 미국에 격렬한 분노를 품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르드족과 약간의 다툼은 있지만 그들과 역시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쿠르드족이 터키 영토 안에 거주하고 있다. 그들은 행복하며 돌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족을 터키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시리아 영토 내 쿠르드족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질의응답 도중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당신이 기자를 지목하라”고 권하며 “터키에서 온 우호적인 기자였으면 한다. 우호적인 기자들만 지목하라. 저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2016년 군부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 기자들을 투옥하는 등 언론 탄압을 해왔음을 돌이켜보면 역시 엉뚱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이날 폭스뉴스 등 보수 성향 언론사에게서만 질문을 받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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