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4일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지하주차장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많은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서울중앙지검 1층에서 그를 기다렸으나 이를 피해 조사실로 향했다. 은밀한 움직임이 가능했던 건 검찰이 지난달 시행한 ‘공개소환 폐지’ 덕택이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이 법무부 장관에 있을 때 만들어진 제도의 혜택을 처음으로 누린 고위공직자 출신 피의자가 됐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 대신 사전 등록된 차량만 출입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청사에 진입했다. 배우자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출석 사실은 사후에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변호인 차량으로 이동한 그의 모습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이날을 소환일로 정한 것은 여론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공개소환 금지, 심야조사 폐지 등을 추진했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달 4일 선제적으로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소환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현행 법무부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은 전·현직 차관급 이상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자산총액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등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동의를 받은 후 예외적으로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대검은 이런 공적 인물에 대해서도 소환 대상자와 일시를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개혁 조치들은 조 전 장관 가족에게 가장 먼저 적용되고 있다. 정 교수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지난달 23일 한 차례만 취재진 앞에 섰다. 정 교수는 ‘심야조사 폐지’의 혜택도 가장 먼저 입었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도 폐지했다. 이는 정 교수의 조사 과정에서 즉시 시행됐다.

심야조사 폐지는 조 전 장관의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후 5시30분 끝났다. 법무부는 하루 총 조사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조사 후 8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인권보호수사규칙 제정안을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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