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관용 강경 이민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34)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 활동기간 중 극우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를 통해 ‘백인민족주의’(white nationalism)를 앞장서 퍼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미 대선판에 극우적 사상과 반(反) 이민 수사를 널리 퍼뜨리려 부단히 애쓰던 밀러 고문의 분투를 보도했다. SPLC의 보고서는 지난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15개월에 달하는 기간 동안 브레이트바트 기자에게 보낸 900통의 이메일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메일들은 지나칠 정도로 인종 문제와 이민 문제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밀러 고문을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백인들을 학살하고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음모론에 사로잡혀 과격한 이민 억제를 부르짖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백인민족주의는 ‘백인’이라는 인종적 실체가 존재한다는 믿음하에 백인이 아닌 이민자와 난민들을 외부 침략자로 보는 이념이다. 백인민족주의자들은 백인의 인종적 정체성이 외부 세력으로 인해 오염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에 집착한다. 주류 사회는 당연히 백인이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공유한다. 보고서에는 밀러 고문이 브레이브바트 소속 기자에게 백인민족주의단체 아메리칸 르네상스가 운영하는 언론 암렌(AmRen)의 기사들을 종합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로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집중 조명하는 내용의 기사들이었다.

이메일 중에는 밀러 고문이 지난 2015년 아마존이 자사 사이트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남부연합기 판매를 금지하자 이에 분개하는 내용도 있었다. 백인민족주의자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한 사건 이후 취해진 조치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WP는 “SPLC 보고서는 밀러 고문의 이메일과 이후 브레이브바트에 게재된 관련 기사가 얼마나 일치돼 있는 지 반복해서 기술하고 있다”며 “이는 밀러 고문이 반 이민주의, 인종차별적 이야기들을 구성해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메일들은 브레이브바트 소속 기자였던 케이티 맥휴가 SPLC에 제공했다. 지난 2017년 반 무슬림 트윗으로 브레이트바트에서 해고된 그는 SPLC측에 “내가 밀러 고문과 주고받은 이메일들은 그대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됐다”고 털어놨다.

밀러 고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초강경 이민정책의 설계자로 현재 백악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손꼽힌다. ‘미국 대통령직의 핵심 플롯을 쓰고 있는 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무슬림 국가 시민 입국금지 행정명령,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수용, 멕시코 국경장벽 등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가장 논쟁적인 정책들의 배후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34세의 어린 나이지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의제를 지휘하며 인사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숨은 실세’다.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그는 대통령 취임사 작성에도 관여했다.

WP는 “반 이민 주제의 이메일을 기자들과 주고받던 시절로부터 수년이 흐른 지금 밀러 고문은 백악관 내부 권력의 정점에 섰다”며 “그는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의 윤곽을 잡는 가장 영향력 있는 조언자”라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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