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이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지 17년 만에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유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조치가 위법하다는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15일 유씨가 외교부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제기한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LA총영사관의)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유씨는 2002년 1월 18일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면서 병역의무가 사라졌다. 당시 유씨는 방송 등에서 “병역의무를 지겠다”고 수차례 밝혔었다. 병무청은 “유씨는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며 입국금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2002년 2월 유씨의 입국 금지를 결정했다. 이후 유씨는 39세이던 2015년 8월 LA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재외동포법 상 병역의무 면제 연령(당시 기준 38세)을 벗어난 시점이었다. LA총영사관은 법무부의 결정을 근거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유씨는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비자 발급 거부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7월 “법무부 장관의 입국 금지 결정을 유일한 이유로 사증발급을 거부한 것은 행정청의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과 같이 “법무부의 입국금지 지시는 행정조직 내부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면서 “이를 그대로 따랐다고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판결문 곳곳에는 재판부의 고심이 묻어났다. 재판부는 “원고의 미국 시민권 취득 과정을 기억하는 국민이 많은 가운데 입국해 가수활동 등으로 경제적 이익을 거두면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공정한 병역의무 부담에 대한 국민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반면 국민이었던 원고를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입국 금지하는 건 가혹하고,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 나름대로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고 적었다. 재판부는 “어떤 처분을 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판결에선 판단하지 않기로 한다”고 밝혔다.

판결이 이대로 확정되면 LA총영사관은 비자 발급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현행 재외동포법은 병역기피 목적으로 외국인이 됐더라도 41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한다. 외교부는 이날 “대법원에 재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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