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4월 13일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 보는 모임'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벚꽃 스캔들’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매년 봄 세금으로 열리는 ‘벚꽃 보는 모임’을 개인 후원회 친목행사로 만들었다는 의혹이 점점 커지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확산됐다.

일본 정부는 매년 4월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총리 주재로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봄맞이 행사인 ‘벚꽃 보는 모임’을 연다. 그런데 2012년 말 아베 총리가 2차 집권한 이후 ‘벚꽃 보는 모임’이 점차 개인 후원회 친목 행사로 변질된 것이다. 올해만 해도 아베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후원회 인사 약 850여명이 참가한 것이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행사를 주관하는 내각부는 “초청자 명단과 초청 이유를 담은 관련 서류를 전부 폐기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 역시 “초청자 모집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마구치현에 있는 아베 총리 사무소에서 후원회원들에게 보낸 ‘벚꽃 보는 모임’ 행사 안내문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마이니치신문은 당시 참석자의 말을 인용해 “행사 분위기가 마치 아이돌 팬미팅 같았다” “아베 부부와 기념 촬영 기회도 제공됐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파문이 커지자 지난 13일 내년 행사를 일단 중단하고 초청 대상자 선정 절차 등을 보완한 뒤 재개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과거 행사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무엇보다 ‘벚꽃 보는 모임’의 전야제 행사로 아베 총리 후원회가 최고급 호텔에서 개최한 간담회 비용이 문제로 떠올랐다. ‘벚꽃 보는 모임’ 안내문을 보면 전야제 행사로 특급 호텔에서 열린 아베 총리 후원회 모임 참가비는 5000엔이라고 적혀 있는데, 해당 호텔은 식사 등을 포함한 최소 비용이 1인당 1만1000엔이라고 밝힌 것이다. 올해 참가자가 약 850명 정도이기 때문에 1인당 6000엔씩 모두 510만엔 가량의 향응을 아베 총리 측이 제공했다고 추측된다. 일본 정치자금 관련법은 정치 단체가 회비를 징수하고 행사를 열 경우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명세를 기재토록 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의 개인후원회 수지 보고서에는 그와 관련한 기재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아베 총리는 기부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각자가 호텔 측에 직접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응 제공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 따르면 수백명이 모이는 호텔 행사의 참가비는 개인이 내는 것이 아니라 주최자가 일괄해서 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가 관방장관은 “호텔과 비용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값을 할인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변명했다. 이어 참가인 명부 폐기와 대해서는 “보존기간이 1년 이하인데다 모두 보존하면 개인정보가 포함된 방대한 양의 문서를 관리하는데 어려워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권 4당은 합동대책반을 강화하는 등 아베 정권에 대한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아즈미 준 입헌민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아베 총리는 내년 ‘벚꽃 보는 모임’을 열지 않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만 총리가 제대로 밝히지 않는 한 의혹은 계속 된다”면서 국회 차원의 추궁을 강화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발빠르게 ‘꼬리 자르기’로 헤쳐나온 아베 총리가 이번 벚꽃 스캔들은 어떻게 막아낼지 궁금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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