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 출범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워 온 삼성전자에도 현재 3개의 소규모 노조가 활동 중이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서는 1969년 회사 창립 이후 처음이다.

진윤석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쟁취하는 것이지, 결코 회사가 시혜를 베풀 듯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며 “우리는 진정한 노동조합 설립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진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영광은 회사에 청춘과 인생을 바친 선배들과 밤낮없이 일하는 동료 여러분 모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하지만 회사는 모든 성공을 경영진의 혜안과 탁월한 경영 능력에 의한 신화로만 포장하며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축제를 벌일 때 내 몸보다 납기일이 우선이었던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죽어갔고 살인적인 근무 여건과 불합리한 처사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특권 없는 노조’ ‘상시 감시받고 쉽게 집행부가 교체되는 노조’ ‘일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노조’ ‘제대로 일하는 노조’ ‘상생과 투쟁을 양손에 쥐는 노조’ ‘협력사와 함께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력사의 노조 설립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과와 승진이 회사의 ‘무기’로 쓰이는 것을 막고, 소통과 설득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내 문화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2019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으며, 노동부는 13일 노조 설립 신고증을 교부해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조는 단체교섭을 포함한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노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정확한 조합원 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략 5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조합원 수를 늘리기 위해 오는 18일 삼성전자 전 사업장에서 동시다발 선전전을 하는 등 조직화에 나설 예정이다.

진 위원장은 조합원 1만명 달성을 1차 목표로 밝혔다. 조합원 수가 일정 규모에 달하면 사측에 정식으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삼성전자 노조 출범은) 한국 사회에 더는 ‘무노조 경영’이나 ‘반(反)노조 경영’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문화의 정착이 시작되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한국노동 주최 전국노동자대회에 삼성전자 노조 깃발을 들고 참석하며 첫 행보를 시작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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