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마미손(오른쪽)과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밝게 웃고 있다. 마미손은 18일 공개한 정규 앨범 1집 타이틀 트랙 ‘별의 노래’를 유진 박과 합작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래퍼 마미손이 돌아왔다. 정규 앨범 1집 ‘나의 슬픔’을 들고. 지난해 9월 유튜브에 공개한 ‘소년 점프’ 뮤직비디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1년 2개월 만에 여덟 곡을 담은 첫 앨범을 완성했다. 타이틀 트랙 ‘별의 노래’ 뮤직비디오는 지난 17일 밤 11시40분 마미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 앨범 수록곡의 음원 발매는 18일 정오부터 시작된다.

패기 넘치는 가사로 악당에게 맞서 싸우던 마미손이 돌연 감정선을 이탈해 슬픔을 말하고 있다. 악당에게 패배한 것일까. 그동안 복면 안에 슬픔을 감춰왔던 것일까. 마미손은 앨범 발매를 사흘 앞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로 찾아왔다. 그는 “음악으로 울고 싶었다. 듣는 사람이 시원하게 펑펑 울길 바라는 마음으로 곡을 썼다”고 말했다.

반가운 얼굴이 있다. 타이틀 트랙 ‘별의 노래’를 합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마미손과 인터뷰에 동행했다. 여러 난고를 극복하고 있는 유진 박은 모처럼 음악 이야기를 나누며 한껏 들뜬 표정을 지었고, 인터뷰 중에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마미손과 유진 박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마미손 정규 앨범 1집 타이틀 트랙 ‘별의 노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마미손 유튜브 채널

-이 순간을 기다렸다. 이제 ‘복면의 은유’를 들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의도했던 복면의 은유로서 마미손은 실패했다. 이 실패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복면 속 정체를 대중은 궁금하게 생각한다. 대중은 복면 안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복면을 쓴 사람도 그렇다. 다른 한쪽(복면을 벗은 쪽)에서는 능청스럽게 다른 사람으로 행세한다. 그렇게 존재를 부정하는 과정을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사회 곳곳에서 능청스럽고 뻔뻔하게 아니라고 하는 모습들, 모두가 알지만 속아주는 것들. 바로 그들에 대한 메시지 말이다. 이제 그 의도와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사실, 정규 1집을 제작하면서 그 의도(복면의 은유)에 대한 음악도 썼다. 고민 끝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공개하지 않은 곡을 조금만 들려 달라.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는 모두가 비겁해지기로 했을 때 비겁함을 모른다, 정의는 소문만 무성할 뿐 목격된 적이 없다.’ 가사를 다듬으면서 계속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문득 돌아보니 내가 거대하고 관념적인 언어만 쓰고 있었다. 대중 예술을 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즐거움과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언어로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예술가로서 일상적이고 평범한 언어로 대중에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규 1집에 그 고민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대중에게 호소하는 일도 쉬운 게 아니다.

예술가는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작업물에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녹일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곡에 담으려 했다. 이번에는 내 이야기로 앨범을 채웠다. 개인적으로 이 작업이 (그동안의 음악과 콘텐츠보다) 더 만족스럽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진 박은 17일 밤 11시40분 마미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정규 앨범 1집 ‘나의 슬픔’ 타이틀 트랙 ‘별의 노래’ 뮤직비디오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마미손 유튜브 채널

-유진 박과 타이틀곡 ‘별의 노래’를 컬래버레이션했다. 유진 박과 작업한 이유는 무엇인가.

타이틀곡 ‘별의 노래’에 슬픔과 관련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은 힘들 때 울음을 터뜨려 감정을 배출하지만, 나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원래 눈물이 없다. 이건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노래로 울고 싶었다. 음악을 통해 슬픔을 배출하고 싶었다. 유진 박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유진 박씨의 여러 시련이 있었다. 노래 가사 중에 ‘어이 박형, 시원하게 울어줘’라는 구절이 있다. 유진 박씨가 그 대목에서 바이올린을 켜 멋있게 울어줬다. 오래전부터 가져온 음악적 존경심도 있었다.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지난 5월 유진 박씨의 당시 매니저 A씨를 사기, 업무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센터는 ‘A씨가 유진 박씨의 명의로 1억800만원의 사채를 몰래 빌려 쓰고, 출연료 5억600만원을 횡령했다’고 고발장에 적었다. 유진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혔다.)

-함께 작업하면서 지켜본 유진 박은 어떤 사람인가.

사실 나도 유진 박씨를 한때 동정했던 게 사실이다. 작업을 제안하고 그를 만나기 전까지 가진 생각은 ‘어떤 형태로든 유진 박씨에게 도움을 줘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작업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오만한 생각과 건방진 동정심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진 박씨에게 벌어진 일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유진 박씨는 미디어에 비친 것과 조금 다른 고민을 하며 살고 있다.

(※유진 박은 마미손이 말하는 사이사이에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질문 주제와 다른 음악 이야기를 꺼내며 즐겁게 웃었다. 생활고보다 모처럼 음악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인터뷰 자체를 그대로 즐기는 듯 보였다. 유진 박이 노래할 때 잠시 말을 멈췄던 마미손이 대답을 이어갔다.)

이렇게 보이는 그대로다. 요즘 유진 박씨의 주된 고민거리는 공연을 어떻게 할지, 바이올린을 어떻게 연주할지에 대한 것들이다. 음악 안에서 너무 행복한 사람이다. 그동안 느낀 내 동정심이 얼마나 얄팍했는지를 알았다. 이번 신곡 뮤직비디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영상 후반부에 유진 박씨가 바이올린을 켠 뒤 카메라를 보며 웃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내가 그를 얄팍한 동정심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겠다, 앞으로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진 박(왼족)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는 래퍼 마미손 옆에 앉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동작을 보여주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유진 박과 진행한 음악 작업은 어땠는가.

순조로웠다. 따로 요구할 것이 없었다. 곡의 클라이맥스를 유진 박씨가 화려하게 장식해 줬다. 음악을 즐긴다는 수준을 넘어 음악 안에서 아이처럼 뛰어놀았다. 일례로, 유진 박씨가 스튜디오 안에서 녹음을 중단하고 바이올린을 켜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작업 중에 그러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개의치 않고 음악에 몰입하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충격적이면서도 너무 좋았다.

-이번엔 유진 박씨에게 묻고 싶다. 마미손과 합주는 어땠는가.

유진 박: 래퍼와 함께 작업해 보는 게 내 꿈이었다. 그래서 마미손과의 작업은 나에게 큰 영광이다. 연습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그처럼 실력 있고 파급력 있는 가수와 함께해 재미가 있었다. 얼마 전에 가수 헨리가 선보인 바이올린 즉흥 연주를 봤다. 너무 잘하더라. 그가 아닌 나를 선택해줘 고맙다.

-다시 마미손에게 묻겠다. 신곡에 대해 어떤 반응이 돌아오길 기대하나.

펑펑 울고 난 뒤 느껴지는 시원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정규 1집과 관련한 활동 계획이 있는가.

나만의 공연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다. 요즘 음악가들이 대중에게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음악 플랫폼 댓글창 정도다.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직접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보내는 에너지와 눈빛, 함성이다. 그걸 잊고 있었다. 공연 브랜드를 만들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마미손의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큰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래퍼 마미손(뒤)과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곡 작업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냈는가.

게임했다.

-어떤 게임을 좋아하나.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 그라운드를 좋아한다. 그런데 배틀 그라운드는 이제 할 수가 없다. 일주일 전에 계정을 해킹당했다. 해킹까지야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내 계정으로 핵(hack)을 썼다. 핵을 쓰면 계정이 영구 정지를 당한다. 그 계정에 이제는 구하지 못하는 마미손 복면 아이템이 있는데 더 쓰지 못하게 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에코 신스킨의 성우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 했던 ‘그 래퍼’와 대체됐다고 들었다.

그가 싸놓은 변을 내가 치웠다.

-원래 성우로 나섰던 ‘그 래퍼’에게 할 말은 없는가.

그는 아마추어처럼 작업했다. 발음도 어색하고 대본을 읽는 것 같았다. 돈을 받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야 되겠는가.

-에코 신스킨에 더 적합한 성우가 본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꽤 자연스럽게 했다고 생각한다.

마미손이 새롭게 녹음한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에코 캐릭터 일러스트. 라이엇게임즈 홈페이지

-초등학생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한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방송에서 초등학교 투어 콘서트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말로 할 것인가.

초등학교 투어 콘서트는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다. 다만 신경을 써야 할 부분과 준비할 부분이 많다. 어린 학생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라 안전 문제에 더 민감하다. 가볍게 시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만약 초등학교에서 불러주면 기꺼이 콘서트를 할 의향은 있다.

-유튜브에서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자주 목격됐다. 대도서관과 다이아 페스티벌을 함께 했고 보겸과 합작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1인 크리에이터와 또 컬래버레이션 계획이 있는가.

의미 있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함께해도 좋다. 사실 마미손도 새로운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 탄생하지 않았나. 재미있는 작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 1인 크리에이터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그런 의미에서 한 시도였다.

-특별히 좋아하는 1인 크리에이터가 있는가.

유튜브 ‘부기드럼’ 채널을 운영하는 박영진씨를 좋아한다. 그가 올린 콘텐츠 중 대형 마트 매장에 나오는 노래에 맞춰 드럼을 치는 영상들이 있다. 재미있는데 심지어 실력도 있다. 그래서 좋아한다. 그분과 함께 작업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SNS에서 몰래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마미손과 친구들 영상의 한 장면. 마미손 유튜브

-컬래버레이션 활동이 유독 많다. 중등래퍼, 지올팍·원슈타인, DJ소다와 합동 공연에 영화 ‘엑스맨-다크피닉스’까지. 어느 컬래버레이션이 가장 재미있었는가.

중등래퍼가 가장 재밌었다. 어린 학생들에게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다. 기술적으로는 미숙하지만,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이 매우 창의적이다. 지금도 그 친구들에게 많은 영감을 얻는다.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화가 있는가.

학생들의 식성이 좋다. 언젠가 치킨을 함께 먹으러 간 적이 있다. 계산했더니 (영수증에) 20만원이 찍혀 있었다.

-여전히 복면을 벗지 않았다. 아직도 물리쳐야 할 악당이 많은가.

가장 나쁜 악당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삶의 질을 굉장히 떨어뜨린다. 복면도 자주 빨아야 한다. 그러면 보풀도 많이 생기지 않겠는가. 미세먼지가 많으면 걷기나 자전거도 탈 수 없다.




글=김철오 강태현 기자 kcopd@kmib.co.kr
영상=최민석 기자,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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