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발생한 홍콩 시위 이후 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내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하고, 시위대를 ‘폭력범죄 분자’로 규정한 이후 이뤄진 것이어서 중국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중국군 수십명이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 곳곳에서는 청소작업이 진행됐고, 도로 통행이 일부 재개됐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시내 도로에 놓인 벽돌을 옮기는 등 청소 작업에 투입된 중국 인민해방군. AFP=연합뉴스

◆홍콩 정부 요청도 없이 지역 사안에 개입한 중국군
SCMP는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 지원 이후 1년여만이며 홍콩 시위가 발생한 이후로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시위가 더욱 과격해지고, 시 주석이 시위대를 ‘폭력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한 이후 나왔다.

이를 두고 AFP통신은 “이번 조치는 드물고, 매우 상징적인 군사 움직임”이라 규정하며 중국 관영매체들이 그간 중국군이 시위 진압에 나설 가능성을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중국군이 시위에 개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시내 도로에 놓인 벽돌을 옮기는 등 청소 작업에 투입된 중국 인민해방군. AFP=연합뉴스

홍콩 도로 청소에 나선 중국군들은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하고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의 렌프루 로드에서 거리에 널려있는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는 등의 작업을 했다. 한 군인은 SCMP 인터뷰에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청소 현장에는 주민 약 20명이 먼저 나와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후 소방관과 경찰관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은 이날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많은 홍콩시민이 주둔군 기지 부근에 와 자발적으로 도로를 청소했다”며 “장병들이 청소작업에 참가하고 시민과 협조해 주변 도로 교통을 회복했다”고 적었다. 군은 16일 오후 4시20분 작업에 나섰고 오후 5시쯤 기지로 복귀했다면서 “시민의 박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 기본법과 주둔군법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지역 사안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공질서 유지나 재난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동원될 수 있다. 하지만 AFP에 따르면 홍콩 정부 대변인은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중국군 스스로 지역사회 활동을 한 것”이라 밝혔다. 인민해방군이 지역 사안에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지 않았음에도 청소 지원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분석가 딕슨 싱은 “홍콩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시위대에도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을 쓸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홍콩 중문대 인근 다리 아래 도로에 놓인 벽돌들. 벽돌들 때문에 도로 위 통행은 일부 차선에서만 이뤄졌다. AFP=연합뉴스

◆일부 도로 통행 재개…새벽 시위 현장에선 경찰과 취재진 간 충돌
한편 이번 주 평일 내내 대중교통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인 ‘여명(黎明·아침) 행동’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이날 아침 홍콩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다.

시위가 잠시 멈추면서 일부 도로의 통행도 재개됐다. 전날 오전 시위대가 일부 차선의 봉쇄를 풀었다가 저녁 때 다시 막은 톨로 고속도로는 이날 완전히 통행이 재개됐다. 하지만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 등은 여전히 폐쇄 상태고, 일부 지역의 지하철과 열차 운행도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차량 통행을 방해하기 위해 시위대가 홍콩 중문대 인근 도로에 벽돌 등을 던졌다. AFP=연합뉴스

청소 작업은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폭푸람 로드 인근에서는 화염병이 한차례 터졌고, 도로에 남아있던 시위대와 몇차례 긴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애드미랄티 지역의 정부청사 주변에서는 친중 단체가 경찰 지지 집회를 열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 홍콩 폭푸람 로드에서 진행된 청소 현장에 화염병이 날아들어 터졌다. EPA=연합뉴스

홍콩 정부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특별경찰관’으로 투입하기로 했던 ‘교도소 폭동 대응팀’ 70명을 이날 처음 업무에 배치했다. 이들은 경찰 지휘를 받으며 12시간씩 교대 근무를 하고 정부 주요 건물의 경비를 맡는다.

청소 작업이 이뤄지기 전인 16일 이른 새벽 시위 현장에서는 취재진과 경찰 사이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이 취재진에게 스펀지탄을 발사한 것이다. 당시 취재진은 경찰이 다른 기자들을 밀치는 장면을 촬영한 뒤 경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달아나려했고, 경찰이 기자를 향해 스퍼지탄을 발사했다.

다행히 스펀지탄은 취재진이 멘 가방에 맞아 취재진이 다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와 기자협회 등은 경찰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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