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동계의 최고 이슈는 ‘탄력근로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는 주52시간제 보완책으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안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일 여야 5당 대표 만찬 자리에서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 같은 것은 좀 노동계에서도 수용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를 위한 전국민중대회를 여는 등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우리 사회의 ‘화약고’가 됐지만 상황은 꼬일대로 꼬였다. 우선 국회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국회 통과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노사(勞使), 노정(勞政), 여야(與野), 심지어 노노(勞勞) 사이에서도 입장이 제각각 다른 탓이다.

탄력근로제란 특정일의 노동시간을 연장하면 다른 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정기간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주52시간 근로원칙을 한 주 기준이 아닌 분기, 반기, 1년 단위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위기간이 2주일인 경우 첫 주에 주58시간을 일했다면 다음 주에는 46시간만 일해 평균 근무시간을 주52시간에 맞추는 것이다. 현행법상 최대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중소기업은 이 단위기간을 늘리자고 주장한다. 일이 많은 시기에 근로 시간을 늘리되 업무가 작은 기간에는 근로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는 여름이 성수기다. 따라서 주문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에는 업무량을 늘리고, 비수기인 가을이나 겨울에 줄일 수 있다. 중소기업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아예 1년 이상 확대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에 부정적이다. 노동자들에게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과로 문제가 나타날 뿐 아니라 임금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노동게 입장이다. 있다. 탄력근무제가 최대 6개월로 연장되면 3개월간은 최대 근무시간으로 돌려 과로를 유발하고, 나머지 3개월은 오히려 근무시간이 부족해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노동계는 또 탄력근무제가 실시되는 3개월 동안에도 실질적인 임금이 깎인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하루 8시간 일하는 노동자는 12시간을 일할 경우 4시간을 통상임금의 1.5배인 초과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탄력근로제가 실시되면 이 근로자는 추가수당을 받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달 11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합의안을 최종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연장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시 즉시 전국적 규모의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기간 6개월 연장은 찬성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17일 “경사노위 합의안 말고 특별연장근로나 유연근로제 확대 등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도 이견을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중소기업계와 비슷하게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자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와 탄력근로제 외에도 선택근로제 등 다른 유연근로제 확대까지 요구하고 있다. 일단 여야는 탄력근로제 연장 법안을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야간 이견이 크고, 어렵사리 본회의에 올라가더라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연계돼 표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야당과 재계가 요구하는 유연근로제 확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결사 반대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국회 입법 불발에 대비해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현재 재해나 재난 등으로 한정된 특별연장근로제 요건 완화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국회 법 개정없이 소관부처인 고용부가 하위법령을 개정하고 차관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하면 된다. 고용부는 또 영세 사업장에 주52시간 계도 기간을 부여하는 방안도 함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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