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공대학 밖에서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가 동원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난 6월 홍콩 시위 시작 후 처음으로 시내 도로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 중국군에는 대테러 특전부대가 포함된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의 ‘질서 회복’을 강조한 뒤여서 본토의 무력개입 ‘경고’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 시위는 주말에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으나 홍콩 이공대학 주변에서는 시위대가 쏜 화살촉에 경찰관이 다리를 맞는 등 충돌이 이어졌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중국군 수십명이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지원했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중국군은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의 렌프루 로드에서 거리에서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치우는 등 40분 동안 주민들의 청소작업을 도왔다. 이들은 군은 오후 4시 20분 작업에 나서 5시쯤 기지로 복귀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중국군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명을 지원한 데 이어 1년여 만이다. 지난 6월 시위 발생 이후로는 처음이다.

그런데 이들 중국군 가운데 일부가 앞부분에 호랑이 문양, 뒷부분에는 ‘특전팔련(特戰八聯)’이라는 글자가 적힌 주황색 티셔츠를 입었고, 일부는 뒷부분에 ‘쉐펑특전영(雪楓特戰營)’이라고 쓰인 남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홍콩 언론은 이들이 중국 인민해방군 서부전구 76집단군의 ‘쉐펑특전여단’에 소속된 부대로서 중국 내 최강의 대테러 부대라고 전했다. 쉐펑특전여단은 중국의 항일전쟁 때 용맹을 떨쳤으며, 펑더화이의 지휘하에 한국전쟁에도 참여한 중국군 내 최정예 부대 중 하나이다.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16일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글로벌타임스 캡처

이 여단 산하에는 2000년 중국 최초로 대 테러 전문부대가 창설됐으며 시가전이나 고산지대, 사막, 삼림 등 악조건에서 대테러 작전 수행이 가능한 최강 부대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 정부가 인력 충원을 위해 ‘교도소 폭동 대응팀’ 70명으로 구성한 ‘특별경찰’도 전날 처음 정부 주요 건물 경비 업무에 배치됐다.

중국 서부지역에 주둔하는 대테러 특수 부대가 홍콩에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한 것은 시위 진압에도 이 부대가 투입될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14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이라고 강조한 뒤여서 일종의 ‘최후통첩’ 성격도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7일 1면 논평에서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홍콩의 폭력 상황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당 중앙은 홍콩의 질서 회복을 결연히 지지한다”며 “홍콩에서는 5개월 넘게 대규모 위법행위와 폭력이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이공대학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은 주말로 접어들면서 일부 도로의 통행이 재개되는 등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16일 밤 카오룽퉁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졌다. 또 홍콩 주요 대학에서 시위대가 철수했지만 홍콩 이공대학에서는 일요일에도 충돌이 빚어졌고, 시위대가 쏜 화살에 경찰관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대학에서는 오전부터 학생 시위대가 경찰의 진입을 저지하면서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염료가 들어간 물대포를 쏘며 해산·진압 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이 날아온 화살에 종아리를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 화살이 시위대가 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위 진압 도중 날아온 화살에 종아리를 맞은 홍콩 경찰.SCMP캡처

홍콩 교육 당국은 사회 불안이 계속됨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전면 휴교령을 18일까지 하루 연장하기로 했다.

교육 당국은 이날 공지를 통해 홍콩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18일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지난 14일 휴교를 선언했고, 15∼17일로 휴교 기간을 확대했었다. 교육 당국은 학생들에게 불법 행위에 참여하지 말고 집에 머무를 것을 당부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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