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열린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경기 준비 중인 ‘카나비’ 서진혁. 라이엇 게임즈 제공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 ‘카나비’(게임상 닉네임) 서진혁(19)군이 에이전시 계약을 맺고도 법적 조력을 전혀 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e스포츠업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서군은 ‘중국 강압 이적 의혹’ 사건 피해자로 지목된 미성년 선수다.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이 ‘카나비 사건’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조만간 최종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참에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불공정 계약 사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카나비 강압 이적 의혹’은 지난달 16일 게임 팀 ‘그리핀’ 전 감독 김대호씨가 아프리카TV와 트위치 방송을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김씨는 중국 게임 팀 징동게이밍(JDG)으로의 이적 추진 과정에서 그리핀이 서군에게 장기 계약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장기 계약을 강요한 이유는 8억원이 넘는 거액의 이적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조규남 당시 그리핀 대표가 JDG와의 템퍼링을 이유로 서군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템퍼링은 게임 팀이 다른 팀과 계약된 선수와 접촉해 계약을 권유하는 행위다. LoL 선수는 소속팀에 템퍼링을 알리지 않은 경우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사건 일지

문제가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달 17일 LCK 운영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29일 “서군과 JDG는 템퍼링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그리핀이 서군의 JDG 임대 계약에서 불공정 계약을 했고 완전 이적 과정에서 부당한 장기 계약을 체결하려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군과 지난 5월부로 계약을 맺은 e스포츠 에이전시 키앤파트너스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적 과정에 관여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키앤파트너스와 사실상 동일 회사인 법무법인 비트는 최근 그리핀과 JDG 간 이적 합의서를 작성하는 데 관여했다. 서군의 이적 계약 추진 상황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키앤파트너스는 서군에게 계약 관련 진행 상황 등을 알려주거나 자문을 해주겠다는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에이전트가 관여하지 않은 가운데 그리핀은 서군과 직접 계약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조 전 대표의 선수 협박 및 불공정 계약 추진 의혹이 불거졌다. 다만 조 전 대표는 협박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키앤파트너스는 그리핀과 그 소속 선수인 서군을 동시에 대리해 불법 소지가 있는 ‘쌍방대리’ 의혹을 받고 있다.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팀의 입장을 더 고려해 서군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이전트는 기본적으로 선수의 가치를 대변하는 대리인”이라며 “키앤파트너스는 에이전트의 역할보다는 철저히 팀 입장에서 움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진혁군과 키앤파트너스의 에이전시 계약서[하태경 의원실 제공]

키앤파트너스는 “법무법인 비트가 서군의 임대, 이적 계약서를 검토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에이전시의 특성상 선수 측에서 도움을 요청해야 관련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서군이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키앤파트너스는 e스포츠에 대한 풍부한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회사”라며 “선수들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존중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e스포츠 에이전시 관계자는 “JDG와 그리핀 사이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는데 서군은 이를 몰랐다. 서군에게는 선수의 권리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다”며 “이 사건의 경우 팀과 선수 간 정보 비대칭이 너무 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 규모에 비해 선수들의 권익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업계 차원에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그리핀은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고 미성년자인 서군과 직접 계약을 논의했다”며 “서군은 정해진 각본처럼 준비된 계약에 끌려다녔다. 후진적 계약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다니엘 윤민섭 문동성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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