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와 BJ들의 개인방송 촬영을 금지한 한 식당이 팻말을 내건 모습. 독자 제공

경기도 가평의 한 음식점은 최근 유명 연예인이 ‘먹방(먹는 방송)’ 촬영을 하고 간 뒤 유튜버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을 ‘유튜버 크리에이터’로 소개하는 사람들이 식당에 찾아와 음식 조리 영상을 담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주방에 들이닥치는 일이 많아져서다. 최근에는 끓는 가마솥에 이른바 먹방용 마이크를 들이대서 종업원들이 애를 먹었다. 식당은 결국 얼마 전 ‘모든 개인방송 및 유튜브 촬영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바를 운영하는 강모(38)씨도 난감한 일을 겪었다. 셀카봉을 든 양복 차림의 젊은 남성이 자신이 술을 마시는 장면을 촬영하다 “내 얼굴이 나오는 것이 싫다”며 항의하던 다른 손님과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처음에는 홍보에 도움이 될까 싶어 촬영을 허락했는데 도리어 단골손님만 잃었다”며 “앞으로는 유튜버들을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1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들이 식당 영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손님과 다투는 사례도 잦아지면서 ‘노튜버(No+유튜버) 존’을 선언하는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튜버 입장을 금지하는 식당은 영상 촬영이 다른 사람들의 식사를 방해하고, 조회수를 노린 자극적인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무리한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노튜버 존을 선언하는 식당들은 대개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갑자기 맛집으로 유명세를 탄 곳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일본식덮밥 음식점을 연 최모(43)씨는 지금까지 유튜버 9명이 방문해 무료식사나 주방 촬영 등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임대료 문제도 있고 단골 확보도 쉽지 않은데 ‘공짜로 홍보해주겠다’며 가게에 들어오는 유튜버들을 보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빨리 보내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기사회생한 서울 용산구의 한 냉면집은 지난 1월부터 개인방송 촬영을 금지하고 유튜브에 업로드할 시 법적 조치에 취하겠다고 공지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냉면집 역시 올해부터 ‘개인방송 촬영을 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지를 내걸었다. 대학생 김모(27)씨는 “식사를 하는데 남성이 카메라를 들이밀며 다짜고짜 ‘여자 둘이 왔냐’ ‘맛이 어떠냐’고 물어 놀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부회장은 “새로 가게를 연 업주들이 주로 유튜버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며 “몇몇 업주들이 당장 매출만을 생각해 무조건적인 편의를 제공하면서 유튜버들에게 ‘나쁜 경험’을 하게 한 것도 노튜브존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유튜버들은 동영상 촬영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직장인 브이로그를 운영하는 남모(29)씨는 “업주들이 음식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건 허락하면서 정작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 동영상 촬영을 못하게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준다며 아이 손님을 받지 않는 ‘노키즈 존’처럼 노튜버존 역시 차별적인 태도 아니냐”고 반문했다.

유튜브 등에서 진행되는 1인 방송에 대한 자율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철현 한국방송미디어공학회 이사는 “블로거들과 식당 업주들이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빚은 이후 협찬 여부를 표기하는 등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었다”며 “유튜버들이 촬영 중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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