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기를 사용해 경찰과 맞서는 홍콩 시위대. 연합뉴스

홍콩 시위가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며 최후통첩을 했지만 시위는 잦아들 기미 없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17일 시위대와 경찰은 홍콩 이공대에서 치열하게 맞부딪혔다. 이공대에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고립된 채 경찰과 대치했다. 곳곳에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홍콩 중문대를 비롯해 시립대, 침례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시위대가 철수한 상태라 이공대가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이공대는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과 가까운 곳에 있으며, 시위대는 지난주부터 이 터널 요금소에 화염병을 던지며 터널을 봉쇄해 왔다.

이날 충돌은 오전 10시 무렵 중년층 위주의 정부 지지자 100여명이 훙함 지역에 있는 홍콩이공대 부근 도로 교차로에서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치우면서 벌어졌다. 이에 시위대 수십 명이 캠퍼스에서 몰려나와 정부 지지자들에게 청소 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벽돌을 던졌고, 곧바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청소작업을 하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수차례 발사했다. 시위대도 돌, 화염병 등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홍콩 이공대 인근서 시위대-경찰 격렬 충돌. 연합뉴스

오후 들어 충돌은 더욱 격렬해져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함께 물대포 차 2대를 동원해 파란색의 거센 물줄기를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다. 물에 파란색 염료를 섞은 것은 물대포에 맞은 시위대를 쉽게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ARD)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위 진압 때 처음 사용된 음향 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쏜다. 음향 대포에 맞은 상대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함께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낀다고 한다. 다만 홍콩 경찰은 LARD가 무기가 아닌, 경고방송용 장치라고 주장했다.

경찰 특공대가 장갑차 위에서 소총으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 등을 조준 사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지난주 퇴임한 스티븐 로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조만간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를 ‘강경파’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시위 진압을 진두지휘했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는 것은 물론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화염병, 벽돌 등을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시위대는 활까지 동원했는데 시위대가 쏜 화살에 공보 담당 경찰 한 명이 왼쪽 종아리를 맞았다. 지난 6월 초 시위 사태가 시작된 후 홍콩 경찰이 시위대가 쏜 화살에 맞기는 처음이다. 경찰 장갑차가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불에 타기도 했다.

이공대 인근에는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막사까지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날 시위 현장 인근의 인민해방군 막사에서는 중국군 병사가 총에 대검을 꽂은 채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시위대가 쏜 화살에 다리를 맞은 홍콩 경찰. 연합뉴스

홍콩 최대의 번화가 중 하나인 몽콕 지역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야우마테이, 틴수이와이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홍콩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공대 안과 몽콕 지역에서 폭력 행위를 하는 시위대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홍콩 야당과 시위대는 전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거리 청소를 맹비난했다. 전날 오후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수십 명은 카오룽퉁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40여분간 했다. 거리 청소에 나선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에는 중국군 내 최강 대테러 특전부대도 포함돼 있어 중국이 홍콩 시위 사태에 무력개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야당 의원 25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거리 청소는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을 서서히 데워 개구리를 삶는 것(溫水煮蛙)처럼 홍콩 주민들이 인민해방군의 공개적인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는 홍콩 기본법과 주군법(駐軍法)이 보장하는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홍콩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불타는 경찰 장갑차. 연합뉴스

한편 홍콩 교육 당국은 이날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홍콩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내린 전면 휴교령을 18일까지 하루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 당국은 시위 사태가 격화하자 14일 하루 휴교를 선언했고, 이후 15∼17일로 휴교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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