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홍콩 이공대 주변에 배치된 경찰 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시작된 홍콩 시위가 점차 격렬해지면서 시위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홍콩 시위대를 향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한 이후 중국군까지 개입하자 시위대는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위대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홍콩 이공대에서 실탄과 ‘음향 대포’까지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경찰 1명은 시위대가 쏜 화살에 맞았고, 경찰 장갑차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불에 타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살상용 무기를 계속 사용할 경우 실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18일 오전 트위터에 올라온 홍콩 시위 현장. 시위대는 새벽까지도 경찰을 향해 저항했으며 경찰도 물대포를 쏘는 등 끝까지 대치했다. 트위터 캡처

18일 오전 트위터에 올라온 홍콩 하늘. 화염병 등이 터지며 발생한 불로 검은 연기가 치솟아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있다. 트위터 캡처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은 18일 오전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날 새벽에도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에 저항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올라왔다. 경찰은 파란색의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쏘았고, 시위대는 우산으로 물대포를 가리며 맞섰다. 캠퍼스 인근에서는 화염병 등의 여파로 인한 검은 연기들이 자욱하게 치솟아 하늘을 뿌옇게 물들이고 있다.

◆최루탄·물대포에 음향대포도 동원한 경찰…활까지 동원해 맞선 시위대

주말에도 이어진 시위는 17일 오전 10시쯤 중년층 위주의 정부 지지자 100여명이 훙함 지역에 있는 홍콩이공대 부근 도로 교차로에서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치우면서 충돌로 이어졌다. 이 광경을 본 시위대 수십명이 캠퍼스에서 몰려 나와 정부 지지자들에게 청소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벽돌을 던졌고, 경찰이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은 안전상의 이유로 청소작업을 하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수차례 발사했다. 시위대도 돌, 화염병 등을 던지며 이에 맞섰다.

현재 이공대 안에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머무르고 있으며 곳곳에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등의 구호가 적혀 있다. 이들은 유서를 쓰고 캠퍼스 안에 남아 있으며 결사 항전을 다짐했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17일 홍콩 이공대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파란색의 물대포를 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후 들어 충돌은 더욱 격렬해졌다. 경찰은 최루탄과 함께 물대포 차 2대를 동원해 파란색의 거센 물줄기를 쏘며 시위 진압에 나섰다. 물에 파란색 염료를 섞은 것은 물대포에 맞은 시위대를 쉽게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는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ARD)도 처음으로 등장해 사용됐다. 음향 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쏜다. 음향 대포에 맞은 상대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함께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낀다고 한다. 다만 홍콩 경찰은 LARD가 무기가 아닌 경고방송용 장치라고 주장했다.

경찰 특공대가 장갑차 위에서 소총으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 등을 조준 사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돌 등을 던지고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화염병, 벽돌 등을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시위대는 활까지 동원했는데, 시위대가 쏜 화살에 공보 담당 경찰 한 명이 왼쪽 종아리를 맞았다.

시위대가 쏜 화살에 다리를 맞은 홍콩 경찰. 연합뉴스

다친 경찰은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며 경찰은 “시위대가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가 던진 강철 공에 시위 진압 경찰이 맞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장에 나타난 경찰 총수…경찰은 “실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엄포

충돌이 점차 격렬해지면서 현장에는 경찰 총수까지 등장했다. 충돌 현장 인근에 홍콩 주둔 중국 인민해방군 막사가 있어 충돌 우려가 커지자 조만간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를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이 직접 시위 진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이날 시위 현장 인근의 인민해방군 막사에서는 중국군 병사가 총에 대검을 꽂은 채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시위대를 향한 강경 진압이 예고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9시30분 경찰은 응급 구조요원과 언론인을 포함해 이공대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떠날 것을 명령하며 이에 불응하는 사람은 무조건 체포하겠다고 선포했다. 오후 10시20분 무렵 시위대로 추정되는 시민이 인민해방군 막사 인근에 경찰이 설치한 저지선을 향해 차량을 탄 채 돌진하자 시위 진압 경찰은 실탄을 발사했다. 이 사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고 운전자는 도주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화염병, 활, 차량 등 살상용 무기로 공격을 계속할 경우 실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18일 홍콩 이공대 정문으로 통하는 계단에 불을 지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최후의 보루 지키려는 시위대와 ‘폭동 혐의’ 적용한다는 경찰

이공대 내 대규모 검거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홍콩 시민 수천명은 카오룽, 침사추이 등에서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주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를 비롯해 시립대, 침례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시위대가 철수했다. 이에 따라 이공대는 홍콩 시위대 입장에서는 ‘최후의 보루’다.

이공대는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과 가까운 곳에 있어 시위대는 지난주부터 이 터널 요금소에 화염병을 던지며 터널을 봉쇄해왔다. 경찰로부터 최후의 보루를 사수하기 위한 마지막 발악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터널 요금소 옆에 세워져있던 경찰 장갑차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에 맞아 불에 타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이공대 안과 몽콕 지역에서 폭력 행위를 하는 시위대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17일 홍콩 시위대가 방독면을 쓰고 우산을 든 채 최루탄이 터져 뿌옇게 된 도로를 달리며 경찰에 저항하고 있다. EAP=연합뉴스

◆반발하고 나선 홍콩 야당…中 아랑곳 않고 시위 대책 논의

한편 홍콩 야당과 시위대는 전날 이뤄진 인민해방군의 거리 청소를 맹비난했다. 인민해방군은 약 40분간 시위대가 도로에 설치한 장애물을 치웠는데, 이들 중에는 중국군 내 최강 대테러 특전부대도 포함돼있어 중국이 무력개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야당 의원 25명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거리 청소는 인민해방군의 홍콩 내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물을 서서히 데워 개구리를 삶는 것(溫水煮蛙)처럼 홍콩 주민들이 인민해방군의 공개적인 활동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는 홍콩 기본법과 주군법(駐軍法)이 보장하는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에 대한 직접적 개입의 여지를 더욱 넓혀나가는 모양새다. 홍콩 일간지 명보(明報)는 자오커즈 공안부장, 한정 부총리 등 중국 최고 지도부가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을 방문해 홍콩 시위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인 자오커즈 공안부장은 중국 사법당국의 총책임자이며, 한정 부총리는 홍콩 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이 회의에는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 여우취안(尤權) 전략부장 등 정치국 위원 6명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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