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학과를 폐지하고 해당 학과 교수를 면직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이모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심사 결정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북의 한 사립 전문대학인 A대학교는 2013년 이 교수가 재직하던 B학과를 폐지하기로 의결한 뒤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았다. 2013년 2월 학칙을 개정하면서 학과를 삭제했다. 학교 측은 학과 학생들이 모두 졸업해 2017년 4월 학적부 등록자가 없게 되자 이듬해 2월 학과를 정식 폐지하고 이 교수를 면직 처분했다. 이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 교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학교 측의 구조조정 규정이 적법 절차에 따라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또 같은 조건에 있는 다른 학과는 남겨두고 B학과만 폐지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교수 측 주장을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학과 폐지는 적법하게 제·개정된 관련 규정에서 정한 폐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학과가 폐지된 경우로 한정해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대학은 2011년 ‘구조조정 규정’을 제정하면서 공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폐과 기준을 충족한 다른 과는 유예하고 원고가 소속된 B과만 폐지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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