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휘발유 가격 인상에 항의해 테헤란 이맘 알리 자동차전용도로를 점거한 시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칠레에 이어 이란에서도 ‘50원 인상’이 대규모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 정부는 민생고로 인한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대대적 검거에 나섰다.

AP통신과 BBC방송 등은 17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지난 15~16일 이틀간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가 15일 휘발유 가격를 50%(약 50원) 인상하는 조치를 기습 발표하자 민생고를 견디다 못한 이란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민생고에 시달리던 칠레 시민들이 정부의 지하철 요금 30페소(약 50원) 인상 발표에 분노해 한달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 세계 석유매장량 4위 국가로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인 이란에서 석유 제품 때문에 시위가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분노한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주유소를 파괴했다. 이란 IRNA통신은 테헤란 남동쪽에 위치한 시르잔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총격전을 벌이다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란 정보부는 이날 시위가 벌어진 이틀간 이란 전역에서 은행 100곳과 상점 57곳이 시위대의 방화로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란 정보부는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문제 유발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적극 가담자가 아닌 관망자를 포함해 총 8만74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란 경찰은 이들 중 1000여명을 폭력 행위와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체포했다.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16일 밤부터는 인터넷도 전면 차단됐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도 국영방송 연설을 통해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하메네이는 “국민은 정부에 요구사항을 말할 수 있다”면서도 “관공서와 은행에 불을 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닌 폭도들이나 하는 불안 조성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란과 적대 관계에 있는 미국은 이란의 반정부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란 국민의 평화적 반정부시위를 지지한다”며 “시위대에 가해진 치명적인 폭력과 심각한 통신 제한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 정부와 체결한 핵 합의를 지난해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대(對) 이란 경제 제재가 부활하면서 이란은 현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던 이란 정부는 빈곤층을 위해 지원하던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했고, 이로 인해 1ℓ당 1만 리알(약 100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1만5000리알(약 150원)로 50원 올랐다. 게다가 한 달 구매 상한량을 60ℓ로 정해 이를 넘길 경우 2배 인상된 가격에 휘발유를 구매하도록 했다. AFP통신은 “이번 휘발유 가격 인상은 이란 소비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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