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18일 오후 3시쯤 홍콩 이공대 앞 경찰 저지선 앞에서 “내 딸을 돌려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RTHK 화면 캡처

자식을 구하겠다며 홍콩이공대에 진입한 부모들이 시위대와 함께 현장에 갇혔다. 봉쇄된 캠퍼스 밖에서는 부모들 수백명이 “아이들이 안전한지 얼굴만 보게 해달라”고 울부짖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존모(58)씨는 이날 오전 이공대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아들과 함께 캠퍼스 정문 쪽에 서 있었다. 존은 “아들이 이공대에 진입했다는 소식에 아들을 구하려 어제 급히 대학교로 달려갔지만 탈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모(45)씨 역시 10대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오려다가 이공대 안에 갇혔다고 이날 SCMP에 전했다. 이 두 아버지와 아들은 학내에 갇혔지만 경찰에 항복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에 항복을 표하고 이공대 밖을 나온 시위자들이 18일 저녁(현지시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절규는 전날 오후부터 이어지고 있다. 홍콩 방송 RTHK는 18일 오후 3시쯤 부모들이 경찰 저지선 바로 앞에 모여서 시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대학 안에 있는 청년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라”고 경찰에 호소했다.

이중 한 여성은 “유일한 자식인 내 딸이 캠퍼스 안에 갇혀있다”며 “내 딸을 돌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이 여성은 딸을 돌려달라고 소리친 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이 여성을 부축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 여성은 RTHK에 “걱정됐다. 부모로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탈출하려다 다치는 모습을 봤고, 딸이 똑같은 운명을 마주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했다.

한 목사가 19일 오전(현지시간) 아이들을 구해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고등학생 시위 참가자의 어머니는 SCMP에 “내 아들이 겨우 17살인데 이공대 내에서 시위하다가 다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내 아들이 죽는 것보단 경찰에 체포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교내로 물품을 전하러 간 딸의 소식이 끊겼다며 울먹이는 어머니도 있었다. 또 다른 부모는 SCMP에 “경찰이 이렇게 학생들을 핍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소리쳤다.

아이들의 안전을 촉구하는 시위는 19일에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한 목사는 이날 오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구해주세요’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홍콩 이공대 캠퍼스 안에서 시위자들이 19일(현지시간) 치료를 받으려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홍콩 이공대 안에서 하수구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는 시위자.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BBC는 19일 오전 기준 이공대 안에 100~200여명의 시위자들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음식과 생필품이 부족한 상태이며 부상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공대 안에 있는 시위자들은 이날 하수구를 통해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우비를 입고 하수구 안으로 들어갔고, 주변 사람들은 손전등으로 그를 비춰줬다. 이들의 탈출 작전이 성공했는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시내 고등학교의 한 교장이 홍콩 이공대에서 빠져나온 한 학생을 18일 안아주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성년자들은 학교 교사들의 주도로 경찰 포위망을 빠져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18세 이하의 학생들 200여명은 19일 아침 중재를 위해 전날 캠퍼스로 진입한 시내 교등학교 교장들과 함께 이공대 밖을 벗어났다. 미성년자인 이들은 경찰에 체포되진 않았지만 캠퍼스 밖을 벗어나면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기록해야 했다.

16세의 한 시위자는 로이터 통신에 “18일 오전(현지시간)부터 탈출 시도를 반복했지만 밖을 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경찰에 구금될까 걱정됐다”며 “(항복이) 유일한 길이었다”며 항복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의 ‘백기 투항’을 원하고 있다. 투항하는 시위자에게는 다소 관대한 처벌을 하겠지만, 이공대 내에 남아서 끝까지 저항하는 시위대에게는 폭동 혐의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시위대는 18일부터 19일 새벽까지 수차례 이공대를 빠져나가려다가 대부분 실패했고, 400명이 넘는 시위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18일 저녁(현지시간) 홍콩 이공대 앞에 모여있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AFP/연합뉴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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