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하는 신영란(사진) 교사는 지난 18일 저녁 학교 스튜디오에서 심리학 수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학생은 단 1명도 없다. 신 교사 책상 모니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드셋을 착용한 학생 12명 얼굴이 떠 있을 뿐이다.

심리학 부전공자인 신 교사는 카메라를 향해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원리를 설명해 나갔다. 학생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간단한 심리 테스트도 하고 조별 토론을 붙여보는 등 실시간으로 학생과 소통했다.

교육부는 2025년 전국 모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에선 고교생이 마치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한다. 성패는 지역·학교별 교육 격차를 얼마나 해소할지에 달렸다. 도시 학교에 개설된 수업이 농·산·어촌 학교에 없다면 불공정성은 더욱 커진다.


교육 당국은 당진고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충남처럼 학교들이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선 학생들이 거점학교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기존 공동교육과정보다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이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신 교사의 심리학 수업에는 당진고를 비롯해 호서고, 합덕여고, 송악고, 아산 방배고, 천안 불당고·업성고, 공주 한일고, 청양군 청양고 등 충남권 9개 학교가 참여한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도 있었지만 심리학 자체에 호기심을 가진 학생도 있다. 만약 학교마다 심리학처럼 소인수 수업을 개설하려면 교사 9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들 학교의 강좌 수요를 온라인으로 묶는다면 교사 한 명이면 족하다. 교육부 구상은 교사들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으로 2~3개 과목을 가르칠 수 있으면 대도시 학교들처럼 다양한 과목 개설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잘될까. 일단 성적 처리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현재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수업은 내신 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이수 단위와 성취 수준만 기록하므로 경쟁이 거의 없다. 만약 대입에 직결되는 내신 성적을 다툰다면 다른 학교 학생과의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기 쉽다.

교사 충원이나 동기 부여도 숙제다. 현재는 신 교사의 심리학 수업처럼 교사들의 헌신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교사 증원을, 재정 당국은 학생 수 감소에 맞춰 감원을 주장한다. 불안정한 대입 제도도 걸림돌로 꼽힌다. 정시가 늘어나면 학생 맞춤형 수업보다 수능 과목 위주로 교육과정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당진=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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