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시에라 스트랭펠드 페이스북

엄마는 아이를 꼬박 열달 간 뱃속에 품습니다. 좋은 것만 골라 먹고, 보고, 들으며 다가올 만남을 준비합니다. 이 사연 속 주인공도 그렇게 엄마가 됐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주 나일스빌에 사는 시에라 스트랭펠드의 이야기입니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그는 지난 9월 5일(현지시간) 뱃속으로부터 수상한 신호를 받았습니다. 곧바로 병원에 간 스트랭펠드는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뱃속 아이에게 이상이 발견된 것이지요. 아직 예정일은 꽤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상 빛을 본 아들은 너무나도 작았습니다. 병명은 에드워즈증후군. ‘18번 상염색체증’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2개여야 할 18번 염색체가 3개인 경우를 말합니다. 8000명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선천성 기형이지요.



아들은 손을 꽉 쥔 채 태어났습니다. 발도 뭉툭했고요. 18번 염색체 이상이 손발의 기형으로 나타난 겁니다. 에드워드증후군을 가진 채 태어난 아기들은 대부분 10주 이내에 사망합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보다 조금 더 이르게, 스트랭펠드의 아들은 엄마 손길을 느낀지 3시간 만에 떠나버렸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조금 다른 모습이었지만 아들의 모습은 완벽했다고요.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엄마와 아빠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싸워왔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천사가 세상에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슬픔을 이겨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스트랭펠드는 아들의 탄생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떠나는 길이 외롭지 않게 아들을 추모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했습니다.



그가 내린 결정은 바로 ‘모유 기증’이었습니다.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오랜 기간 신생아 치료실에 머물러야 했을테고, 그렇다면 자신도 분명 모유가 부족해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63일간 14㎏이 넘는 모유를 모았고 모유가 부족해 허덕이는 다른 엄마들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한 편의 글을 남겼습니다.

“모유는 저와 아들을 육체적으로 연결해주는 유일한 것이었습니다. 아들과 함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떠난 아들도 분명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줄 것 같아요. 모유가 다른 아기들을 살리는 데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스프랭펠드는 얼마전부터 아들과 같은 에드워드증후군을 가진 아기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지어줬던 이름 ‘새뮤얼’을 딴 재단을 설립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을 더하겠다는 다짐도 합니다. “선천성 기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습니다. 아들의 목숨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다른 아기의 생명은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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